
나라 재정이 적자라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한다.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정부는 다른 명목으로 서민의 얇은 호주머니를 탈탈 털고 있다. 바로 ‘징벌적 과세수입’을 통해서다.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게 아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필요 없는 사업을 줄이고 낭비되는 세금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이 먼저다.” 현 정부의 국정 기조는 ‘증세없는 복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라살림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는 38조원 적자를 봤다. 적자 규모가 1년 새 8조5000억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둬야 하는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수치다. 정부 살림살이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이 수치는 2008년부터 8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경제성장과 고용증대와 같은 달콤한 성과를 내지도 못했으니, 명백한 재정관리 정책의 실패다.

한편에선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는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7월 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세금을 올리는 대신 비과세ㆍ감면의 정상화 등을 통해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부족을 이유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정부는 세외수입인 징벌적 과세를 대폭 늘리면서 ‘사실상 증세’를 꾀하고 있다. 고소득층 대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몰래 증세’를 실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벌금 및 과태료, 과징금, 가산금 등 징벌적 세외수입은 4조773억원. 1년 전보다 14.5% 늘었다. 특히 과징금은 1년만에 징수액이 무려 1795%나 폭증했다. 이를 주도한 기관은 대 국민 상대 빈도가 높은 국세청ㆍ경찰청ㆍ공정위ㆍ방통위ㆍ국토부 등이다. 이들 기관의 징벌적 세외수입 징수액은 2조325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3.3%(4387억원) 급증했고, 이 액수는 전 부처 증가액의 85.2%를 차지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홀쭉한 호주머니만 자꾸 털어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철한 경실련 국책사업 감시팀장은 “겉으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면서 뒤로는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라며 “세원을 면밀히 파악해 형평성에 어긋난 조세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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