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불황 이후 쓰러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년) 도산한 기업 수는 연평균 1029.8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공식적 통계 뒤에 더 무서운 숫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실상 도산기업’이라는 것이다.
칠흑 같은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시장을 이끌던 수주산업은 갈 곳을 잃고 내수시장을 책임졌던 건설업과 제조업도 주춤하는 듯싶더니 주저앉아 버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추며 돈을 풀어봤지만 실물경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와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이 때문인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기초체력이 웬만큼 좋지 않으면 영업이익으로는 채무이자를 갚아 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산한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년) 도산한 기업 수는 연평균 1029.8개에 달했다. 문제는 공식 통계 이면에 더 무서운 숫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사실상 도산기업(법적 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파산에 이를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년) 사실상 도산기업 판정을 받은 기업 수는 연평균 2283.9개였다. 법적으로 판정받은 도산기업 수(1029.8개)보다 두배가 넘는 수치다.
사실상 도산기업은 노동자의 체당금과 관련이 깊다. 체당금이란 ‘사업주에게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체당금을 받기 위해선 두가지 중 하나의 조건에 해당돼야 한다. 법원이 해당 기업을 ‘도산기업’으로 판결했거나, 지방노동관서가 ‘도산 등 사실인정’을 했거나. 두번째의 경우는 근로자가 지방노동관서에 ‘도산기업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 지방노동관서의 장이 기업 상태를 점검해 도산 상태에 있다고 인정하면 최종 승인된다.
이런 사실상 도산기업을 공식 통계에 포함하면, 지난 5년간 연평균 도산기업 수는 1029.8개에서 3313.7개로 훌쩍 증가한다. 빈기범 명지대(경제학) 교수는 “관계부처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이나 도산기업을 정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준이 다소 다르다하더라도 사실상 도산기업으로 인정됐다는 건 그만큼 해당 기업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가 어찌 됐든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 확실한 문제”라면서 “사실 도산기업뿐만 아니라 한계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감춰져 있는 부실기업은 광범위하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