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하는 평균임금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매달 월급 통장에는 찍히는 숫자는 평균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평균이하의 존재인가”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평균은 왜 자꾸 오르기만 하는 걸까.
‘323만4000원’. 올 4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전체근로자(상용+임시ㆍ일용)가 받은 평균 임금(명목임금)이다. 1년 전에 받았던 312만2000원보다 3.6%(11만2000원) 늘었다. 상용직의 임금이 임시ㆍ일용직보다 조금 더 올랐다.
임시ㆍ일용직의 월 평균 임금이 1.3% 오른데 반해 상용직은 3.4%나 증가했다. 초과급여(연장 및 휴일근로 수당)와 특별급여(상여금ㆍ성과급 등)가 각각 6.0%, 2.0% 오른 덕이다.
임금 격차는 임금상승률보다 더 컸다. 상용근로자의 월 임금이 341만6000원으로, 임시ㆍ일용직 144만3000원보다 197만3000원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ㆍ일용직의 임금 수준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를 두곤 ‘우리나라의 진짜 평균’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평균 임금이 341만6000원보다 훨씬 적은 상용직 근로자가 수없이 많아서다.

‘숫자’에 괴리를 느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에서 빠지는 근로자들이 많아서다. 일단 5인 이상 사업체로 하다 보니 200만개 이상의 영세사업체가 통계에서 빠진다. 상용직 근로자도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건설업체에 고용되지 않고 최종 하도급자에게 소속된 근로자는 아예 조사에서 빠진다. 농ㆍ어업 가구에 소속된 근로자, 창업 준비 중이거나 장기 휴업 중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역시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영면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어떤 통계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우리나라 평균임금 조사는 편의상 표본조사를 한다. 그 안에는 안정적이고 평균치가 높은 통계를 써서 ‘살 만하고 괜찮은 나라’처럼 보이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실제로 통계의 기준만 살짝 바꾸면 평균 임금이 크게 달라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은 상용근로자라 해도 5~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는 월평균 292만2000원을 받았고,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는 447만9000원을 받았다. 산업별로도 차이가 커 금융ㆍ보험업이 522만3000원을 받은 반면 숙박ㆍ음식점업은 185만1000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임금’에 도달하지 못하는 ‘평균이하’ 임금근로자들이 정부의 통계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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