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42) 「결혼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의 저자 염소연
염소연(35) 작가는 지난 3월 「결혼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나이 스물일곱에 직장 생활이 힘들어 탈출구로 택한 결혼이 마치 블랙홀 같았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그는 내가 먼저 바로 서고 내공을 쌓아야 결혼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이성으로서 끌리는 사람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골라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보편적인 조건이란 없습니다. 나에게 맞는 배우자가 있을 뿐이죠. 나와 잘 맞는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면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돼요. 나의 가치관은 무엇이고 어떨 때 내가 행복한지 알아야죠. SNS 탓에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지만 환경의 소음에 휩쓸리지 말고 내 안의 소리를 들어야 행복해집니다.
다른 조건은 같다고 가정하고 이성으로서 끌리는 사람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대화가 잘 되는 쪽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단 당신이 남자라면 결혼 후 한눈팔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말 통하는 여자가 좋다는 남자도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이 돌아가더라고요. 남자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하는 게 좋아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만 슈퍼맨 기질을 발휘하는데 이렇게 슈퍼맨으로서의 자부심을 못 느끼면 남자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반면 여자는 나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게 좋아요.
이 세상 만물이 변하듯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합니다. 사랑에 목을 매면 한쪽이 변했을 때 관계도 끝나요. 특히 일종의 화학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 호르몬적 사랑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은 언제 식을지 몰라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는 영화 대사일 뿐입니다. 남녀는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요.

이혼도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격 차로 인한 이혼엔 찬성하지 않아요. 다른 성격에 끌려 결혼하고서 나와 다른 성격을 상대방의 단점으로 부각한 후 이를 이혼 사유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성격이 안 맞아 이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도 쉽게 끝낼 가능성이 있어요. 연애 감정은 포기해도 되지만 결혼생활은 포기할 때 막대한 비용을 치릅니다.
상대가 나의 배우자감인지 따지기 전 내가 먼저 괜찮은 결혼 상대가 되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힘들어 할 때 손잡아 줄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걸맞은 상대가 나타나면 결혼을 해야죠. 그래야 공평하죠. 성격보다는 가치관의 공유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끼리 더 잘 맞겠지만 상대가 외향적이라 더 드라마틱할 수도 있어요. 비슷한 성격이든 상반된 성격이든 성격은 연애의 취향일 수는 있어도 결혼의 조건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배우자라면 그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라야죠.
부모가 반대하면 결정 신중해야
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돈만 보고 결혼하면 허무해지고 자존감도 추락할 수 있어요. 행복은 크든 작든 무엇인가 성취할 때 맛볼 수 있죠. 행복은 재력 순이 아닙니다. 만일 배우자감에 대해 부모가 반대한다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결정인 만큼 신중하게 오래 생각해서 나쁠 거 없죠. 부모가 내 인생을 대신 살 순 없지만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분들입니다. 눈먼 사랑뿐 아니라 사랑의 변곡점도 겪은 분들이기도 하고요.
결혼한 후에도 매력적인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 애써야 돼요. 아이도 같이 키우고 서로 인내하면서 혼인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다른 사랑이 싹틉니다. 동지애 같은 거죠. 배우자는 인생이라는 항해를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결혼에 대한 어설픈 환상은 금물입니다. 결혼은 일에 찌든 삶의 돌파구가 아니고 힘든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는 더더욱 아닙니다. 내 삶이 결혼 하나로 뒤바뀔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에요. 결혼 잘해 팔자 고치겠다는 생각을 하면 결혼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뿐입니다. 결혼에 대해서도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남자는 물론 여자도 배우자에 따라 결정되는 뒤웅박 팔자는 아닙니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소크라테스는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존적 외로움 말고 내 안의 외로움을 달래면서 미혼에 따르는 결핍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경험하지 않는 것보다는 경험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결혼하지 않는 건 결혼을 통해 성숙해질 기회를 포기하는 거예요.

폭력적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면 오히려 폭력에 집중하게 됩니다. 만유인력이 작용하듯 폭력적인 사람을 오히려 스스로 끌어당기게 되죠. 결혼 폭력을 피하려면 그보다 ‘온화한 사람을 만나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나아요.
결혼에 대한 과잉 기대도 금물입니다. 배우자가 동반자이기는 하지만 인생은 나 홀로 사는 겁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에요. 배우자는 내 인생의 무대에 내가 초대한 조연이죠. 배우자가 등장한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스스로 주도하고 배우자와 호흡을 맞춰 멋진 무대를 만들어야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