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2%. 배달 중 사고나 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배달 알바 경험이 있는 239명에게 ‘배달ㆍ배송 아르바이트 실태’를 물어봤다. 이 가운데 ‘제한시간 내 배달완료를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응답률은 가장 많은 41.7%를 기록했다. ‘다음 순서 고객에게 불만을 듣기 싫어서(11.1%)’ ‘건당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8.3%)’라는 이유도 5위 안에 들었다. 갈수록 진화하는 배달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배달에 나서는 알바생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다.
비정규직 급증, 처우는 그대로
우울한 현실은 그뿐만이 아니다. 조사에 응한 이들 중 54.8%는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20.1%에 이르렀다. ‘알바’ ‘임시직’ ‘시간제’ 등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이라서 사회 안전망에 포함되지 못한 거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각종 통계는 우리의 불안한 고용 현실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7년 3월 123만명에서 2016년 3월 222만명으로 80.5%나 늘었다. 임시근로자도 상당히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임시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1946만7000명 중 511만2000명으로 26.3%에 이른다. 일용근로자 144만8000명까지 포함하면 33.7%다. 10명의 임금근로자 중 3명은 상용근로자, 다시 말해 정규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정규직의 처우다. 비정규직은 크게 늘었지만 처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임금노동자 중 정규직은 월 평균 283만6000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은 151만1000원으로 정규직 대비 53.3%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그 격차가 이전보다 훨씬 벌어졌다는 점이다. 2007년만 해도 비정규직의 임금(127만3000원)은 정규직 대비 64.1% 수준이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이 대부분인 시간제 근로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2007년에 시간당 6802원을 받았던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은 지난해 8월 기준 8423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월 임금은 정규직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법정 최저임금을 못 받는 이들도 2007년 24.5%에서 2015년 8월 38.1%로 늘었다. 고용의 질이 나쁜 저임금 일자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사정 머리 맞대고 해법 찾아야
불안정한 고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노동 2016’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나라다. ILO(국제노동기구), OECD 등 국제기구가 고용안정의 지표로 사용하는 ‘근속연수’를 보면, 한국의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은 31.9%에 이른다. 터키(34.9%) 다음으로 많고, OECD 평균인 18.1%는 훌쩍 웃돈다.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장기근속자 비율도 칠레(19.5%) 다음으로 역시 2위다. OECD 평균은 33.2%로, 그만큼 이직과 재취업이 잦다는 얘기다.

해외에서 불어온 긱 이코노미는 한국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늪에 빠진 불황과 유례없는 실업률, 여기에 긱 이코노미까지…. 비정규직의 수는 하염없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유연화’를 강조한 정책안까지 쏟아져 나왔다. 대체 어쩔 작정인가. 노사정勞社政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현재로선 방법이 그것뿐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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