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아야 오리지널이 된다
나답게 살아야 오리지널이 된다
  • 이필재 대기자
  • 호수 193
  • 승인 2016.06.02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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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멘토링(40) 김무영 작가 편

김무영(38) 작가는 국문과 출신의 문학청년이었다. 신춘문예에 계속 떨어져 두번 죽으려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됐지만 대필 작가를 거쳐 지금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청춘들에게 “나답게 살아 오리지널이 되라”고 권했다.

▲ 김무영 작가는 “나답게 살아 오리지널이 되라”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대학 입학 전 1년 동안 작은 회사에 다녔는데 사무직은 나와 안 맞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해 보고, 그중에서 적성에 맞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어요. 문제는 가족들의 반대입니다. 어떻게 가족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더욱이 남들이 선망하는 일이면 더 바랄 게 없죠. 하고 싶은 일이라야 자발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고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고 싶어 하는 나를 인정하는 자기 발견의 과정이죠. 다음으로 그 일을 왜 하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수가 되고 싶다면 오디션에 참가하는 거죠. 거기서 떨어지면 또 자신에게 묻는 겁니다. ‘이제 뭘 하고 싶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어제의 나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오늘의 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면 계속 업데이트가 되는 거죠. 내일의 나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사람입니다.

‘자기 몸 사용법’은 머리로 생각해 보거나 책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는 제대로 익힐 수 없습니다. 내 몸은 내가 직접 써서 경험해 봐야 사용법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취미 생활이 중요하고 작은 선택이라도 결과를 경험해 봐야 합니다. 그 경험이 나에게 용기를 주죠.

어떤 경험을 선택할 것인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아름답게 느꼈던 것, 옳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하는 겁니다. 자신이 경험한 범위 안에서. 10대라면 이것저것 찾아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만 이미 20여년 살았다면 자신의 삶의 축적 안에 이미 기회가 있습니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고 해석하지 않았을 뿐. 지금 필요한 건 강박적으로 하는 시도가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보고 내 느낌을 반추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나이 서른둘에 처음 가출을 해 봤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 직장생활에 위기가 닥쳤을 때였죠.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없다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가 만든 틀 안에서 선택하고 살면서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는데 막상 시도하려니 겁이 났습니다. 잠든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하고 정직하게 “아빠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용기가 생겨서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하고 싶다고 말하고 행동도 해야 더 용기를 낼 수 있어요. 속으로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다른 사람들은 나의 내면을 알 수가 없어요.

저는 미숙아로 태어났습니다. 1.3㎏. 조산된 쌍둥이였는데 동생은 세상에 나온 지 19시간 만에 떠났습니다. 왼쪽 다리 아킬레스건이 선천적으로 수축돼 있어 10살 때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차이가 납니다. 지금도 피곤할 땐 다리를 접니다. 신춘문예에 계속 ‘낙방’해 두번 죽으려고 했습니다.

전업작가로 전업한 후에 6개월간 수입이 없었습니다. 신학대학원도 마치지 못했고 하다 만 일, 못 해낸 일이 많습니다. 기준을 초과하는 건 몸무게 정도? 그런데 나를 규정하는 대부분의 조건이 실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바이크를 타는 건 저에게 굉장한 도전이었습니다. 나도 달릴 수 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당연히 부모들은 반대했죠.

그런데 부모들이 반대하는 데는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하시는 진짜 이유를 취재해 봐야 돼요. 주변 사람, 쓰신 일기와 메모, 옛날 사진을 통해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내면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아버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가족의 반대에 대처하는 법이 달라지는 거죠.

제가 작가가 되는 걸 아버지가 반대하신 건 작가가 되려다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고, 바이크 타는 걸 반대하신 것도 친한 친구를 바이크 사고로 잃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도 격하게 반대하셨는데 고양이와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으시더라고요.

가족을 말로 설득하는 건 효과가 작습니다. 가족은 어쩌면 설득하는 관계가 아닌지도 몰라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피곤해도 얼굴이 밝은지, 가족에게 잘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강연가가 꿈이라면 내가 하는 강연 장소에 가족을 초대할 수도 있겠죠. 가족과 부딪쳤을 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성은 ‘나다움’입니다. 나답게 살아야 살 맛이 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죠. 생업은 말 그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명의 수단인데요. 다만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과정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조차 생업을 영위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죠. 연관성 있는 일을 병행하는 투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국문과를 나와 5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적성에 안 맞았고 공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이 직업사전에 안 나오는 일일 수도 있어요. 저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게 목표였지만 생업이 필요해 대필 작가(ghost writer)가 됐습니다. 대필 작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름 없는 ‘유령’ 취급 합니다. 받아쓰는 게 아니라 의뢰자가 살아온 삶을 재료로 짜임새 있게 문자언어로 재구성해 주는 일인데요.

그래서 ‘콘텐트 개발자’라고 이 일을 재정의했더니 “어이”, ‘저기…’ 하던 사람들이 김 작가, 선생님으로 호칭을 바꾸더군요. 창직創職을 한 겁니다. 나답게 사는 게 오리지널이 되는 길입니다. 오리지널이 되려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ㆍ가치관을 정립해야죠.

그래야 인격이 형성되고 나름의 개성이 생겨요. 나다움을 발견하는 건 나의 내면에서 시작됩니다. 명품에 현혹되고 남이 입은 옷, 남이 타는 차에 시선을 빼앗기면 아류 되는 거예요. 이름 없는 들꽃도 싱싱하게 살아 있으면, 그러면 나다운 겁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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