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사라진 반도체 업계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효자 산업’ 중 하나다. 지난해 1~5월 해외 수출액만 256억 달러(29조원)에 이를 정도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리드하고 있다. 그런데 위기론이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가르칠 교수도, 배울 학생도 없다는 게 이유다. 반도체 업계에 ‘인재’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선두주자로 달리는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최근 D램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며 산업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D램을 부품으로 사용하는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저성장기에 돌입해 덩달아 D램의 판매도 저조해졌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위기론은 2014년 삼성전자가 ‘3D V낸드 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생산원가는 기존 낸드 플래시보다 저렴하지만 성능이 훨씬 뛰어나 상품성이 좋기 때문이다. D램과 달리 세트 부품이 아니라 외장하드 같은 단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도 “3D 낸드 플래시는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데이터 저장량이 높아지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들이 쉽게 기술우위를 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학계 관계자는 “연구실에서 설계를 하면 실제로 구현을 해보고 측정도 해봐야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예전에는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줬는데 잘하고 있는 분야에 더 이상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매년 지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후발주자들은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00억 위안(21조4000억원)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IoT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뒤늦게 출발한 만큼 벌어진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부족한 기술력은 사들이겠다는 얘기다.
권오경 한양대(융합전자공학) 교수는 “우리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도 앞으로 길어야 10년일 것”이라면서 “기술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 없이 방심하고 있다가는 나중엔 중국 기술을 좇아가는데 급급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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