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지인들과 서울 근교의 수목원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 곳곳을 돌아보고 청정한 자연을 즐겼다. 도시의 바쁜 생활로 인해 쌓여 있던 피로가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우리를 안내해주던 그는 끝날 무렵에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누구나 아는 ‘가위바위보’ 게임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기는 사람이 아닌 지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룰을 제시했다. 항상 이기려고 애썼는데 반대로 지려고 하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점점 재미있어졌다. 지금까지 해왔던 특별할 것 없는 ‘가위바위보’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자 새로운 게임처럼 여겨졌다. 계속 지고도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어리둥절해 하자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에는 사회에서의 관습을 거부하는 세가지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위적으로 나무에 가위를 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무도 생명체이므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뻗어 나가도록 합니다. 둘째, 이 안에서 살고 있는 해충이나 벌레를 잡지 않습니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자연 섭리대로 함께 어우러져서 생태계를 이루게 합니다. 셋째, 방금 했던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이기기보다 지는 쪽을 선택합니다.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 전환을 하면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신선한 진리였다.

문득 이승한 전前 홈플러스그룹 회장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창조 바이러스 H2C」에서 “고정적인 것을 깨버려야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백화점의 식품관이 천편일률적으로 지하 1층에 있는 것에 의문을 품은 이 전 회장은 “지하 1층이 아니라 1층에 식품관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거나, 매장 위치도 수시로 변경을 시도했다고 한다.
또 “건물에 붙은 광고문구를 파격적으로 만들거나 아예 광고 패널을 거꾸로 달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요즘 실제 자동차가 벽면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의 건물 외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자동차 회사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보내고 싶다.
최근 S기업이 격식을 깨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벤처식 문화를 도입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무엇보다 20대 평사원과 50대 임원의 자리 구분을 없애고, ‘과장님’ ‘부장님’ 등으로 호칭하지 않겠다는 것은 눈길을 끈다. 새로운 각도에서의 변혁을 이끌겠다는 의미로 보여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생각 없이 반복되는 틀에 적응해 타성에 젖으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사고가 나오기 어렵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더 나은 선택은 없을까?’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다른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 거꾸로 생각해 볼까?’ 등 끊임없이 자문해 보는 것이 좋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모든 생각을 반대로 해보면 놀랄 만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생각을 전환하는 습관이 언젠가는 커다란 혁신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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