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임영숙 화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식주다. 이중 먹는 것(식)은 기본 중 으뜸이다. 한때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밥이 곧 생명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임영숙 작가는 흰 쌀밥을 흰 도자기에 담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하얀 천은 염색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백의민족이라고 불리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논농사가 주를 이루었다. 농부는 봄이면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는다. 가을이면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다. 가을날의 황금들판을 보노라면 삶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예전 쌀로 만든 밥을 먹기는커녕 구경조차 어려웠던 보릿고개라 일컬어지는 시절도 있었다. 쌀은 곧 풍요로움의 상징이고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의 다양한 요리의 홍수 속에 쌀 소비가 급감하고 있으며 다소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영숙 작가 작품의 기본 소재인 흰 도자기에 담긴 하얀 쌀밥은 언제나 차고 넘칠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다. 정이 넘치는 풍경이다. 많은 그릇 중에 백색 도자기를 선택한 것은 우리 민족의 상징적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흰 도자기 그릇은 한반도를 상징하듯 바탕을 이루고 그 위에 사람처럼 느껴지는 쌀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쌀알과 함께 목단, 수선화, 민들레, 국화, 나팔꽃, 해당화 등의 꽃들을 담아낸다. 간혹 꽃을 대신해 아담한 집이 한가로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녀의 그림 속에 표현해내는 흰 쌀알이나 흰 도자기는 한 점 티 없이 깨끗하고 맑다.
이렇듯 그릇과 밥은 흰색이라는 단색으로 단조롭게 표현된다. 단조로움은 곧 채색으로 물든 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간혹 작가는 작업에 흥에 겨우면 그릇과 쌀알에 장식하던 꽃을 배경으로 화면 가득히 채우기도 한다. “불교에서 꽃은 화엄이고 극락이다. 한국인에게 밥은 극락이니 아름다운 꽃으로 극진히 장엄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그 밥을 먹고 저마다 자기 삶을 도모하고 생의 길을 만들어간다(박영택 미술평론가).”
동양화를 전공한 임영숙 작가는 장지에 먹을 가지고 밥알을 그린다. 그것도 오랜 시간 밥알 하나씩 세어가며 그린다. 그리고 알맞은 꽃을 찾아 채색하고 주변은 배경색으로 단순히 마감한다. 그녀의 작업은 간절하고 지극정성이 돋보인다. 누군가에게 밥과 꽃을 끊임없이 바치려 한다. 이런 자세는 소재와 더불어 기법에도 나타나고 있다.
임영숙 작가의 작품 속에는 항시 밥과 꽃은 함께 존재한다. 그녀에게 밥은 생명이요, 꽃은 곧 희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풍요와 희망을 자신 이외에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우리가 기억되는 누군가에게도 안녕은 물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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