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해야 적법한 부부로 인정받는게 우리 민법이다. 그런데 혼인의사가 없는데도 혼인신고가 된 경우가 있다. 특히 국제결혼이 성행하는 현재 비슷한 피해가 나온다. 한국 국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혼인 무효가 될 수 있을까.
어느날 고교 동창의 후배인 A씨의 전화를 받았다. 사연은 이렇다. A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할 엄두를 못 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연히 국제결혼 알선회사의 소개로 베트남 국적의 B씨를 만나게 됐다.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자란 여인이지만 애틋한 정을 느낀 A씨는 가족의 축복 속에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 후 혼인신고도 마쳤다.
그런데 B씨는 신혼살림을 시작하자마자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A씨는 고향의 가족이 그리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보내줬다. 그런데 B씨는 수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A씨의 상처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B씨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B씨가 결혼생활을 회피한다고 생각한 A씨는 크게 실망했다. A씨는 B씨가 단지 한국 국적이 필요했을 뿐, 처음부터 진정한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A씨가 상담을 구해온 내용은 혼인 무효다. 이혼이 아니라 애초의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민법상 부부가 되려면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른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법한 부부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부부로서 생활을 하더라도 혼인신고가 없으면 단순한 사실혼에 불과하다.

A씨와 관련한 유사 사례를 살펴보자. 남편 C씨는 캄보디아 국적의 아내 D씨와 2014년 10월 부산의 한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아내 D씨는 2015년 7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11일 만에 무단으로 가출해 현재까지 연락이 없다. 남편과 동거하던 중에도 몸이 아프거나 생리 중에 있다며 부부관계를 거부했다.
그러자 C씨는 D씨를 상대로 법원에 혼인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지방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D씨에게는 C씨와 사회통념상 부부로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결합해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혼인의사가 없었고, 이를 알지 못한 C씨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C씨와 D씨의 혼인은 무효라고 확인했다.
우리의 사안을 보자. A씨와 B씨는 혼인신고를 했다. 형식상 부부다. 그런데 B씨는 혼인생활을 하려는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친정에 돌아가 오랜 기간 머물렀다. 또 국내에 들어와서는 돈을 벌겠다고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사회통념상 부부로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결합해 생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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