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용 큰글사랑 부대표
도화지 학생들을 만나는 날 박석용(37) 큰글사랑 부대표가 자리를 함께했다. 출판에 관한 일은 박 부대표가 나서서 전적으로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이용하려 했던 시민단체나 정치권과 대비된다. 큰글사랑 출판사가 이 학생들을 돕는 이유는 뭘까.
“도화지 측에서 지난해 10월께 페이스북을 보고 ‘큰글사랑’으로 연락을 해왔다. 2015년 5월에 설립한 큰글사랑은 사회적 약자들의 얘기를 책으로 엮는 출판사다.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니 출판사 취지와 딱 맞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돕겠다고 했다.”
✚ 어떤 책을 출간했나.
“지난해 9월에 쪽방촌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쩌면 당신은 관심없는 이야기」를 출간했다. 조우형 큰글사랑 대표와 그의 형 조지형씨, 조지형씨의 사촌동생인 영화배우 조찬형씨가 직접 인터뷰를 다녔다. 집필은 조지형씨가 했다.”
✚ 큰글사랑은 별로 남는 게 없을 듯한데.
“광고홍보나 공연기획 등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출판으로는 수익을 보지 않겠다는 게 큰글사랑의 방침이다. 우리의 또 다른 역할은 책 판매 수익금을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에게 기부해서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 후원을 하겠다는 이들은 없나.
“후원하겠다는 이들이 있는데 아직 안 받고 있다. 마치 후원을 바라보고 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싫다.”
✚ 그러고 보니 출판사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조지형씨와 나는 30년지기 친구다. 2014년 공연행사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90살의 할머니를 만났는데 눈이 어두워 글을 못 읽으시더라. 큰 글씨를 써서 보여주니까 읽으시는 걸 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책을 펴내자고 의기투합했고, 이듬해 큰글사랑을 설립했다. 큰글사랑 책들은 활자가 다른 책들보다 큼직큼직하다.”
✚ 학생들을 옆에서 지켜본 소감은 어떤가.
“맘이 무겁고 짠하다. 세상에 필요하지만 어른들이 외면하는 일을 이 학생들이 하고 있지 않나. 이런 학생들 덕분에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다.”
✚ 이번 소셜펀딩 프로젝트에 50만원을 투자한 걸로 안다.
“책이 출판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 보름 전까지만 해도 펀딩금액이 턱없이 모자라더라. 펀딩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했다. 무료로 출판을 해주면 더 좋겠지만, 큰글사랑도 자선단체가 아니라 기업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선까지 도운 거다. 결과적으로 펀딩이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 펀딩이 성공하면서 학생들은 금방 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데 어떤가.
“사실 조심스럽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들은 대부분 상처가 많다. 그래서 인터뷰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그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서둘렀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기억이 오래돼서 사실과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역사적 고증도 필요하다. 때문에 섣불리 책을 내겠다는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천천히 가야 한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들의 구술집이 끝나면 소년소녀가장들의 얘기를 다룰 거다. 이미 ‘꿈이 있는 푸른학교’라는 지역아동센터와 손잡고 아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혼모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도 담아낼 계획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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