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이정은 작가

자연의 순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봄이 왔다. 꽁꽁 얼어붙었던 만물이 하나둘씩 얼굴을 드러내며 생기를 느끼는 계절이다. 이정은 작가는 과일이나 작은 오브제를 화폭에 담아 일상생활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며느리이며 아이의 어머니로서 평범하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의 평범한 삶처럼 작가로도 거창한 소재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에서 일상의 평범한 소재만을 선택하고 이를 표현했다. 일상의 오브제는 작가의 좋은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이를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가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았다. 그것이 주어진 일상 속에서의 유희의 한 수단이었다.
요즘 이정은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문턱을 넘어 새로운 소재를 탐닉하고 있다. 박물관이나 골동품 상점에 놓여 있을 법한 물건들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지난날 대갓집 마님의 안방이나 어느 규수 집 창가의 탁자에 놓여 사랑을 듬뿍 받던 화병들이다. 그녀가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도자기 화병들을 가지고 2016년 봄나들이를 시작했다.
과거의 유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듯 화병에 조화로운 꽃들을 담아 그린다. 과거의 소재를 지난날의 흔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도 영원 존재할 수 있음을 자신의 붓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화병에 꽃을 담는다. 계절을 담는다. 한필 한필에 찰나를 담는다. 작은 화폭에 소박한 감사의 마음, 나의 정성을 담아 전한다(작가노트).”
동양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정은 작가는 청색 소나무, 청노루, 청룡들이 들어가 있는 화병을 모란과 장미로 장식했다. 모든 이가 바라는 장수와 부귀, 그리고 권력을 아름답게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번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희디흰 백자에는 목화가 담겨 있다. 풍성한 백자의 부푼 가슴에는 날카로운 붓 터치로 꽃잎들을 그려넣었다. 꽃이기보다는 상처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백자항아리와 하얀 목화의 꽃들은 이를 온화하게 감싸 풍성함이 느껴진다. 마치 한 여인(어머니)의 심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김상일 편집위원(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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