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나부코 ❷

3막 = 드디어 아비가일레가 왕으로 등극한다. 왕좌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제관이 다가와 서류에 서명을 요구한다. 내용은 유대인 포로들의 처형을 허락해달라는 것. 아비가일레는 머뭇거리며 초라한 행색의 나부코에게 대신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나부코는 서명을 결심하지만 금세 자신의 딸 페네나를 떠올린다. 페네나가 연인 이스마엘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기 때문이다. 유대인 포로의 처형에 동의하면 페네나의 처형에도 동의하는 것이다.
아비가일레는 자신도 나부코의 딸임을 강조하며 서명을 종용하지만 나부코는 그녀를 단지 노예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비가일레는 자신의 출생이 노예라는 걸 증명하는 서류를 꺼내 찢어버린다. 분노한 나부코가 근위병들을 부른다. 하지만 새로운 여왕의 편이 된 근위병들은 오히려 나부코를 체포한다. 그때 유프라테스 강기슭에서 순교를 기다리던 유대인 노예들은 나라 잃은 슬픔을 이겨내려 합창을 시작한다. 이 부분이 오페라 나부코에서 가장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여기에 그 가사를 소개한다.
날아가라 나의 상념이여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부드럽고 따뜻한 산들바람이 불고
향기로 가득찬 우리 조국의
산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요르단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를 하라
오, 너무나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오,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여
그대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우리 가슴 속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다오
예루살렘의 잔인한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 부르자
참을 힘을 주는 노래로
주님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하지만 대제사장 자카리아는 유대신의 예언대로 바빌로니아가 다시 함락될 것이라고 말한다.
4막 = 나부코는 그동안의 죄를 뉘우치며 자신이 부정하던 유대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왕위를 되찾기 위해서 아시리아인들과 손을 잡는다. 나부코는 결국 페네나를 구한다. 아비가일레는 독약을 마시고 나타나 페네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죽는다. 페네나는 나부코에게 이스마엘과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한다. 마지막으로 “신을 모시는 자는 왕 중의 왕이 될 것이다”라는 자카리아의 말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