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이 커밍아웃 이후 더 당당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선 개인이 원하는 삶이 이렇게 존중받는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모두의 예상대로다. 몇몇 단체에서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규정, 전환치료를 통해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사회비평 에세이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배타성과 경직성을 섬세한 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는 주류의 시각이 담긴 남성·이성애자·엘리트의 언어에서 벗어나 여성·성소수자·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수자의 시선과 감수성으로 우리 사회를 재해석해 보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프랑스 유학 시절 노숙인을 위한 식사 제공 봉사에 참여했다가 그들에게도 지키고자 하는 ‘품위’가 있음을 깨달았다는 일화가 대표 사례다.
아울러 아주 사소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믿고 있는 기존 상식을 무너뜨린다. 전세상의 모든 언어가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왜 ‘미인美人’은 ‘미녀美女’를 뜻하는 여성만의 언어가 됐는지 독자에게 되묻는 식이다. 저자가 전복하는 대상에는 진보주의자로 자처하는 이들도 포함된다. ‘정치인’이 아닌 ‘여성’ 박근혜를 조롱하는 사람, 2012년 ‘비키니 응원 사건’을 둘러싸고 보여줬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구성원들의 태도도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그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 변화를 이야기한다. 소수자 스스로가 사회로부터 ‘환대받을 권리’를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서로를 ‘환대할 용기’를 가져야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미움받을 용기’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 주장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는 일이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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