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묻겠다. “당신의 주장에 반론을 펴는 직원을 좋아합니까?” 상당수 리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거다. 하지만 조직의 갈등은 여기서 싹트게 마련이다. 반론을 펴는 직원 때문이 아니다. 개인의 문화와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 탓이다. 컨설팅 전문기업 컬쳐트리 김명희(53) 대표는 “리더가 권위를 버리고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컬쳐트리 대표는 이런 한국기업의 조직문화에 주목했다. 외국유학을 다녀오고 줄곧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 온 그에게 한국기업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는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글로벌 인재 교육기업인 ‘어페리언 글로벌(Aperian Global)’에서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담당하던 그가 ‘컬쳐트리’를 설립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등 조직에서 갈등이 싹트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다른 개인의 문화와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특히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 더 심각하다.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기보단 ‘나를 싫어해’ 혹은 ‘나와 맞지 않아’라고 속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거다.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는 이유도 비슷하다. 경영진 스스로 위계적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데서 갈등은 비롯된다.

그는 이를 “예절교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통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예전에야 조직에 헌신하는 게 궁극적으로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회의’만 봐도 그렇다.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임원들은 이 자리가 ‘지시’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차이가 생기는 거다. 목소리를 내러 갔는데 지시만 받으니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사실 이런 갈등은 김 대표 스스로 수없이 겪은 일이다. 모 기업에서 일을 하던 때였다. 회의 도중 CEO가 질문을 하자 그가 ‘역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그는 ‘찍힌 몸’이 됐다. “나중에 그분과 한 수업에서 각자의 스타일을 진단받았어요. 결과가 어땠을 거 같아요? 그분은 ‘위계적’이고 저는 ‘평등적’이라는 아주 상반된 결과가 나왔어요. 그것을 보고 알았죠. ‘의전이 중요했던 분에게는 내가 당돌하다고 느껴졌겠구나’라고요.” 서로의 차이가 ‘감정’이 아닌 ‘업무 스타일’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이후 상대를 대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이를 통해 개인은 물론 조직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는 팀워크와 업무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는 고객이 CJ, 현대차ㆍ기아차,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물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까지 컨설팅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가을 그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작은 나무(컬쳐트리)를 심었다. 함께 나무를 돌보는 이는 네명에 불과하다. 아직은 작은 나무이지만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하루하루 잘 자라고 있다. “앞으로 양질의 거름과 물을 주면 이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큰 나무가 되고, 머지않아 울창한 숲을 이룰 겁니다.” 김 대표의 믿음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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