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도 줄고 소비도 줄었다. 한창 열심히 일해야 할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전전긍긍이다. 벼랑 끝까지 몰린 일부 청년은 분신 같은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요즘 유행을 끌고 있는 IT전당포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시계ㆍ금붙이ㆍ명품가방 등을 맡기고 급전急錢을 빌리는 곳, 전당포가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IT기기를 맡기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큰 변화다. 실제로 A전당포 홈페이지에는 “쓰던 노트북 맡기면 10만원에 이자가 2900원이라 자주 이용하게 되네요” “아이패드 맡기고 대출 많이 받았어요”라는 이용 후기들이 즐비하다. 노트북ㆍ아이패드ㆍ스마트폰 등 IT기기를 전당포에 맡기고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기자도 한 전당포에 문의를 해봤는데, 독자편의를 위해 1문1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기자 : “지금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참고로 기자의 노트북은 HP 파빌리온 13-b219TU다.]

기자: “이자는 얼마나 되나요?”
전당포: “10만원에 약 2300원입니다.”
기자: “노트북만 가져가면 되나요?”
전당포: “노트북과 함께 충전기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기자: “절차가 간단하네요.”
전당포: “별게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여러 미디어가 이른바 IT전당포를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IT기기만 맡기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IT전당포가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법 흥미로운 IT전당포의 뒷면에는 냉정한 현실이 숨어 있다. 청년들이 IT기기까지 맡기면서 돈을 빌려야 하는 그 아픈 현실 말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고용률은 58.7%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지난해 11월부터 60.8%, 59.9%(12월), 58.8%(2016년 1월), 58.7%(2월)로 연속 하락세다. 이중 청년층(15~29세) 고용률도 소폭이기는 하나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미국,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고용률은 낮은 수준이다. 15~64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해 2월 미국과 일본은 각각 68.1%, 72.7%의 고용률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64.9%에 그쳤다. 1년 후인 지난 2월 미국과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각각 68.9%, 65.0%였다.

고용률이 하락하자 실업률(15세 이상)이 상승했다. 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4.6%에서 4.9%로 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최근 4개월간 3.1%에서 4.9%로 크게 늘었다. 실업자도 1년 만에 120만3000명에서 131만7000명으로 11만4000명(9.5%)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8.1%였던 것이 올 2월에는 12.5%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문제는 청년실업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각종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열어 청년 구직자와 기업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14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ㆍ충남지역의 115개 지역 우수ㆍ유망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인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모든 정책과 사업을 일자리 성과를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아버지 세대의 한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기고 있다. 공언대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아 정작 ‘청년은 갈곳이 마땅치 않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에 갑자기 활력이 돌거나, 일자리가 확 늘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영 신통치 않아서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우리 고용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니트족(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 ment, and Trainingㆍ취업 의사도 없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 무직자)의 증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창출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역시도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감한 구조개혁은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단기적으론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그 충격을 견뎌낼 만한 내성耐性이 없다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신성장동력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0%대로 떨어졌다. 1990년대 중반 7%를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헛도는 청년실업정책을 다시금 손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면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고용 유연화를 위해 우리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졸업을 유예하는 ‘밀려있는 잠재적 실업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살아나야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은 한갓지다. 헛도는 청년실업정책을 손보지 않는다면 IT전당포에 들락거리는 청년이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갈곳이 없는 청년에게 IT전당포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언제까지 두고만 볼 텐가.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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