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책임 면하게 해주는 입법 개선 필요해
현행법상 청소년(만 19세 미만)에겐 술을 팔아선 안 된다. 술집 주인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술을 팔았다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때론 청소년이 ‘성년’이라고 속이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술을 실컷 마신 뒤 ‘나 청소년인데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청소년인지 모르고 술을 판 술집 주인이 곤경에 빠졌다면 구제수단은 없을까.

문제는 대학 주변의 음식점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헌법재판소에 “식품위생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식품접객업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헌재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청소년들이 무절제한 음주를 할 경우 심신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나아가 식품접객업자의 불이익보다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청소년에게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만약 청소년임을 알면서 술을 팔았다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자업자득인 셈이다. 하지만 때론 청소년이 자신을 성년이라고 속이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억울한 업주가 생길 수도 있다.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술을 마신 일행 중 청소년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가 술을 내어 놓을 당시에는 성년들만 있었고 그들끼리만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 청소년이 들어와서 합석하게 된 것이다. A씨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 음식점 운영자가 청소년이 나중에 합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만한 사정이 있었거나, 청소년이 합석한 후에 이를 인식하면서 추가로 술을 내어 준 경우가 아닌 이상, 나중에 합석한 청소년이 남은 술의 일부를 마셨더라도 음식점 운영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A씨는 청소년이 합석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청소년이 합석한 후에 이를 알면서 추가로 술을 내어준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A씨는 “구청의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청소년에게 술을 팔 경우 업주만 규제하는 법률을 악용하는 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예컨대 신분증을 위조해 술을 마신 후 돈을 내지 않기 위해 뒤늦게 청소년임을 알리고 업주를 협박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업주들은 청소년들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커져 영업정지라도 맞으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술을 마셨더라도 업주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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