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부동산 부양 올인 ‘자책골’
[양재찬의 프리즘] 부동산 부양 올인 ‘자책골’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180
  • 승인 2016.03.0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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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조 돌파 가계부채

▲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예견된 자책골이다. 우리나라 가계 빚이 마침내 1200조원을 넘어섰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 내 집 사라며 대출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띄운 부메랑이다. 빚더미의 무게도 버겁지만 증가 속도는 더 무섭다. 2015년 말 가계부채 총액은 1207조원. 지난해 1년 동안 불어난 금액이 121조7000억원(증가율 11.2%)으로 사상 최대다. 2014년 증가액(66조2000억원)의 두 배다. 2013년 말 1000조원에서 100조원 불어나는데 1년 5개월 걸렸는데(2015년 5월 1100조원 돌파), 이번에는 그 절반인 7개월 만에 100조원이 증가했다.

가계부채 급증은 단기 경기부양에 올인한 박근혜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수출과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성장률 수치를 높이자고 무리하게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린 정부 정책의 후유증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이 떨어지면 막대한 가계 빚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2008년 세계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도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금융(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됐다.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두번째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건전성을 지키는 규제부터 걷어냈다. “한겨울에 여름 옷(규제)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죽는다”면서.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낮췄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도 철폐됐다. 저금리 속 부동산 규제가 풀리자 주택가격이 오르고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전ㆍ월세값이 급등하자 ‘빚을 내 집을 사자’는 심리도 작용했다.

그 바람에 지난해 건축 인허가와 주택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다. 하지만 전체 경기와 극심한 불균형을 이룬 상태는 오래 가기 어렵다. 지난해 가을부터 분양 열기가 식고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올 들어선 청약경쟁률 제로(0)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경기는 활성화시키지도 못한 채 부동산만 반짝하는 데 그쳤고 가계부채 뇌관을 자극하는 자책골을 연출하고 말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2.6%)이 3%에도 못 미쳤고, 가계소득도 게걸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 빚이 두 자릿수로 불어나니 가계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2015년 가계금융ㆍ복지 조사를 보면 가처분소득의 4분의 1을 대출 원리금 갚는데 썼다.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는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2017년까지 가계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 집집마다 행복의 웃음이 피어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불어난 가계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섬으로써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각각 증가한 규모와 맞먹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경제성장률의 네 배도 넘는 가계부채 증가율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온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한 분야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경기 올인에 따른 자책골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것이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353만명),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158만 가구)가 위험하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회 탓하기 이전에 ‘내 탓이오’하며 가계부채 뇌관부터 식혀라.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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