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1월 15일. 일본에서 ‘도쿄 오토살롱’이 열렸다. 이 전시회는 자동차 튜닝 관련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매년 화려하고 기상천외한 차들을 전시,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장 규모만 해도 우리나라의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킨텍스나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보다 크다. 이 전시회는 일반 모터쇼와는 다른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반 모터쇼가 완성차 위주의 전시회에 그치는 반면에 튜닝 모터쇼는 튜닝된 완성차를 비롯해 튜닝 부품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전자가 백화점의 느낌이라면 후자는 재래시장에 더 가깝다. 튜닝 모터쇼에는 직접 물건을 사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전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3일’이라는 짧은 개최 기간도 이 대회의 특징이다. 짧은 기간 관람객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첫날은 초청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프레스데이다. 실질적인 개최 기간은 이틀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첫날에만 7만여명이 이 전시회를 찾았고 전체 입장객은 35만명을 넘어섰다. 직장인의 관람도 고려해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었다. 전시장인 ‘마쿠하리 메세’가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그만큼 일본은 튜닝 산업에 관심이 많다.
필자가 놀란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전시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시회 참가를 문의하는 완성차 업체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전시회 측은 이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완성차 업체가 참여하면 규모도 커지고 반길 만한 일인데도 말이다. 왜일까. 답은 놀라움 그 자체다. “아이디어 넘치는 중소기업 제품이 전시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문의를 다 받아줄 수는 없다.”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 규정은 까다롭다. 부품 하나를 바꿀 때도 차량의 설계도를 준비하고 환경ㆍ안전규제 등 까다로운 검사와 인증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튜닝 전문가도 적다. 튜닝은 자동차 정비장에서 그저 두드리고 깎고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항목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고도의 기술을 가진 튜닝 전문가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튜닝전문 학과를 개설하는 등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자신만의 차량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차를 꾸미고 부품을 바꾸는 것이 어렵고 불법이라는 인식도 강해 ‘음지’에서만 튜닝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나 중소업체가 튜닝산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 합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우리가 튜닝산업 선진국인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체계적인 제도와 정부 차원의 산업 활성화 방안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여기에 자동차 튜닝을 사랑하는 일반인의 인식 변화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필자는 이제 한국형 튜닝 산업 모델을 정립하고자 한다. 일본의 사례는 도움이 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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