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감정으로 무장한 이유

1년차 직장인 A(27)씨는 상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셜커머스에 접속하는 것이 일상이다. 오늘은 소셜커머스 메인에 뜬 육포 광고가 눈에 띄었다. ‘맛있게 씹어요, 상사 욕은 덤!’ 흥미로운 카피에 깔깔 웃은 그는 장바구니에 육포를 넣었다. 그 순간, 비싼 가격 탓에 구매를 하지 않았던 화장품의 50% 특가 할인 소식이 알림으로 도착했다. A씨는 육포와 화장품을 구매했다. 접속 후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물건을 사기까지 A씨에게 상품을 권하는 이는 없었음에도 말이다. A씨는 “소비자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주는 단골가게의 종업원을 만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이 ‘감성’과 ‘유머’를 더한 서비스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까지 참여한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는 모두 ‘몰’의 형태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그중 이마트가 가장 공격적이다. 경기도 보정에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몰은 올 상반기 김포에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빠르고 원활한 배송처리를 위해서다. 다른 대형마트의 움직임도 이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유통공룡들과 ‘한 공간’에서 경쟁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팔색조 변신을 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홈쇼핑 업체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CJ오쇼핑은 새로운 기획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귤이 빛나는 밤에(귤밤)’다. 가수 루시드 폴의 새 앨범 소개와 함께 그가 직접 수확한 귤을 판매한 것. 준비한 1000세트는 9분 20초 만에 매진됐다. 귤밤은 홈쇼핑으로는 유례없는 다시보기 서비스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는 이전보다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신기술이 주는 편리함이 소비자를 잡아끌 수 있는 건 잠시뿐이다. 소비자를 계속해서 묶어 두려면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일례로 웃음을 유발하는 상품 소개 문구나 시즌 별로 펼쳐지는 이색 마케팅은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남는다.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찾고 싶게 만든다는 얘기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비스 혁신의 선두주자 쿠팡을 예로 들어 온라인 쇼핑의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와 쿠팡맨은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안된 서비스”라며 “앞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을 이끌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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