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즘’ 헬조선에 답줄까
‘막시즘’ 헬조선에 답줄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176
  • 승인 2016.01.25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사회경제」

▲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지음 | 한울엠플러스 펴냄
요즘 청년들은 한국을 ‘헬(Hell) 조선’이라 부른다. 왜일까.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그 ‘차이’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면서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연 대안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이를 지적하면서 등장한 경제학이 있어서다. 바로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그동안 자본주의라는 골리앗 앞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대안사회경제라는 짱돌을 들고 다윗처럼 싸워왔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스스로를 아테네의 쇠파리라고 여기며 아테네 시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애쓴 것처럼 마르크스 경제학은 자본주의경제의 쇠파리로서 자본주의 제도 내에 머물며 명맥을 유지했다.

물론 시도는 혁명이 아닌 개혁이라는 이름이었다. 적지 않은 성과도 올렸다. 유럽 복지국가가 대표적이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에도 마르크스 경제학이 폐기되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마르크스 경제학이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피상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점이다. 체제 경쟁에서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 가끔 자본주의에 쓴소리를 내뱉는 역할에만 그친 셈이다.

자본주의와 함께 존속해온 마르크스 경제학이 사실상 외면당하고, 사회주의자들조차 ‘과연 마르크스 경제학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사회경제」는 이런 물음에 답할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되살려 자본주의경제의 모순점을 해결할 도구로 쓸 수 있는지를 논리적ㆍ실증적으로 검증하는 책이라서다. 때문에 한가한 미래의 유토피아 그리기가 아닌 자본주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경제의 스파링 파트너로서의 역할만 해온 대안사회경제가 이제 당당히 세계 경제 무대에서 자본주의경제와 경쟁해야 한다는 거다. 책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안사회경제 모델의 이론 연구, 사례 분석, 미래 예측 등 8편의 논문이 담겨 있다. 논문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성장이 더딘 자본주의경제 상황에서 여전히 사회주의경제가 가능하다는 걸, 자본주의의의 미래가 사회주의라는 걸 힘 있게 주장한다.

물론 마르크스 경제학도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레드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경제=자본주의’라는 고정관념을 깨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비록 ‘낡은 이념’일지는 모르나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경제학 이론이 마르크스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