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 100원 없어 뿔난 고객이여!
[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 100원 없어 뿔난 고객이여!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175
  • 승인 2016.01.2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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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 판단 기준 제공하는 첫인상의 중요성

▲ 고객 서비스의 성과는 첫인상이 좌우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형마트 앞에서 100원이 없어 망설인 적 없는가. “자동차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1000원짜리 지폐를 깨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1000원짜리 지폐가 있으면 다행이다. 그마저 없다면 말 그대로 ‘낭패’다. 문제는 100원 탓에 소중한 소비자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100원 때문에 비애를 느낄 때가 많다. 신용카드 사용과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소비자에게는 100원짜리 동전이 없을 때가 많아서다. 1~2주일에 한 번 신용카드 한 장 들고 집에서 입던 트레이닝복을 그대로 입은 채 대형마트를 찾는 필자는 매장 입구에서 쇼핑카트를 뽑으려다 말고 종종 100원짜리 동전이 없어 당황한다. 쇼핑카트를 뽑으려면 100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동전이 없으면 다시 자동차로 달려가 귀하디귀한 100원 동전을 찾아오거나 1000원짜리를 동전으로 바꿔 겨우 매장에 입장하지만 동전을 못 찾으면 쇼핑을 포기하고 돌아간 적도 있다. 이 매장의 관리자는 1주일에 한 번 적어도 10만~20만원어치를 사려던 소비자가 100원 때문에 이 매장에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돌아간 것을 알고 있을까.

또 다른 예. 강남 코엑스 전시장에 차를 가지고 가면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10~ 20분을 허비하는 것은 보통이다. 그뿐인가. 주차한 후에는 가야 할 목적지로 이동하는 데 적절한 출구를 찾아 2~3번은 헤매거나 길을 물어야 한다. 볼일을 마친 후에는 똑같은 코스로 다시 헤매야 한다. 필자는 학술행사에 참여하거나 전시회를 구경하기 위해 코엑스를 찾을 뿐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바이어들은 이런 식으로 헤매고 난 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이 될지 생각해보라.

대형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병이 나서 슬픔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환자가 수납을 끝내고 직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뒤돌아서서 파란 선을 따라가세요”. 뒤돌아 보니 아무리 보아도 파란 선이 없다. 녹색 비슷한 선은 있는 것 같은데 그나마도 색이 바래 목적지까지 긴가민가 하고 따라가서 피를 뽑거나 엑스레이를 찍는다. 색이 바랜 파란선 또는 녹색선을 따라가면서 그 환자는 의사가 나의 아픈 오른쪽 다리가 아닌 왼쪽 다리를 수술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모든 고객 서비스의 성과는 상당 부분 첫인상에 따라 좌우된다. 소비자들은 분명한 안내, 적정 수준의 청결함과 친절함, 그리고 배려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편리함을 원한다. 100원이 없어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망설이던 소비자는 100원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도 동시에 매장을 원망할 것이다. 쇼핑카트를 훔쳐갈 잠재적인 도둑이거나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을 잠재적인 무법자로 취급받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곳곳에서 발생한다. 쇼핑센터나 전시장 주차장에서, 병원에서, 공항에서, 지하철에서, 음식점에서, 호텔에서…. 물론 문제를 겪는 소비자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준비성이 없거나 무식하거나 덜렁거리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종종 그런 일을 겪는 소비자가 많다면 소비자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매장·전시장·병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고객 서비스의 기본이다. 톰 피터스의 말처럼 “소비자는 항상 옳다, 설령 소비자가 잘못했더라도.”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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