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드셔야겠는데요?
약 드셔야겠는데요?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74
  • 승인 2016.01.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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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세상에 만병을 통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얼마 전 약국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처방전을 앞에 놓고 한 여성이 젊은 약사의 말을 심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필자는 50대 초반의 여성이 고혈압 환자군으로 편입되는 순간임을 직감했다. 약사는 약 복용, 주의사항, 운동 등 일상에서의 관리지침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여성은 낫지도 않는 약을 왜 평생 먹어야 하는지, 꼭 그래야 하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특히 ‘증상도 없는데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약의 대명사인 혈압약은 전문가, 소위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전문가들도 갑론을박을 하니,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이의를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냥 먹으라니까 먹을 뿐이다.

어릴 적부터 받은 교육도 우리의 나약함을 거드는 데 한몫한다. ‘아프면 어디로 가느냐’고 어린이에게 물어보라. 모두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외칠 것이다. 노인들도 아프면 병원으로 몰려간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노인들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하겠는가. 부러져 맞추거나, 찢어져 꿰맬 일이 아니라면 쉬다 보면 낫는 병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약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제와 약을 멀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효과가 좋은 약일수록 독성이 강하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의사는 고치는 척을 하고 환자는 나은 척을 할 뿐이다. 다시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약국에서 만난 여성과 같은 상황이 필자에게도 있었다.

술을 즐길 당시 필자의 몸무게는 80㎏을 넘나들었고, 의사 앞에서 잰 수축기 혈압의 수치는 180㎜hg에 육박했다. 당시 남동생들은 이미 혈압약을 먹고 있었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혈압도 높았다. 가족력을 들먹이며 의사는 당장 약을 먹을 것을 권유했다. 술을 즐기는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혈압약을 권유받으면 십중팔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약을 먹으면 술을 먹어도 됩니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약이 잘못된 생활습관형 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이 어리석은 질문의 기저에는 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 깔려 있다. 의사는 신神이 아니다.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알 뿐, 그들도 우리 몸을 제대로 모른다. 죽을 병처럼 여겨 병원에 달려간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해주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니 시간도 없을 테지만, 오로지 어떤 약을 줄지 빨리 결정할 뿐이다.

말수가 적은 모습을 우리는 의학적 신념으로 착각하고 그들을 따른다. 기술자처럼 기계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약도 잘 주지 않으며, 환자와 오랜 대화를 나누는 의사는 어디 없을까. 현재 의료체계에선 요원한 꿈에 불과할 것이다. 어찌 됐든 필자에게 평생 혈압약을 먹을 것을 권유한 의사가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협박성 발언 같은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호에 소개할까 한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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