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 웨딩거리’‘아현동 가구거리’‘종로 귀금속거리’ 등은 서울의 대표 특화거리다. 같은 업종의 점포가 모여 형성된 상권으로 과거에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대 웨딩거리는 한때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었고,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차츰 줄면서 100여개에 달하던 웨딩숍은 하나 둘 다른 업종에 자리를 내줬다. 아현동 가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웃돈을 얹어 거래가 이뤄지던 상가 시세도 이제는 옛말이다. 그동안 탄탄한 수요층과 함께 인근 지역 대비 높은 상가시세를 유지하던 특화거리였지만 이제는 줄어드는 상권 때문에 빈 점포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이 명성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특정 수요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상품 정보 접근이 쉬워졌다. 특화상권이 갖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 없어진 것이다.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자가용 이동이 잦아지면서 접근성이 갖던 매력도 줄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패턴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얘기다.
지는 상권이 있으면 뜨는 상권이 있는 법이다. 최근 뜨고 있는 상권의 성장방정식은 이들과 다르다. 공통점은 비수기 없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복합상권’이라고 부른다. 복합상권이란 주택가 상권, 역세상권, 대학가 상권, 오피스 상권, 휴양지 상권 등 단일 상권의 특성이 2개 이상 혼합된 상권이다. 홍익대나 연세대, 건국대 상권 등 대학가 상권이 대표적이다.

이런 복합상권의 상가와 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의 유력한 투자처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상가정보업체인 점포라인이 서울의 대표적인 복합상권인 종로구 관철동 상권, 영등포구 영등포 상권, 중구 명동 상권, 서초구 서초동 상권 소재 상가 336개(평균면적 118㎡)를 선별해 임대조건(보증금ㆍ월세)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상권이 자리한 상가가 구區내 전체 매물(1119개)에 비해 보증금은 평균 1746만원, 월 임대료는 평균 143만원 더 높았다.
일주일 내내 사람이 몰리는 곳
구체적으로 보면 영등포구는 평균 보증금 4862만원, 평균 월세 294만원이었으나 복합상권이 위치한 영등포동은 평균 보증금 7937만원에 평균 월세 392만원이었다. 보증금은 3075만원, 월세는 98만원 더 높았다. 이 상권은 백화점과 타임스퀘어 등의 대형 쇼핑몰이 집중된 지역이면서 영등포 역세권에 위치한 전형적인 복합상권이다.
명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 상권은 대표적인 오피스텔 상권인 동시에 해외관광객이 대규모로 찾아드는 국내 최고의 상권이다. 중구 소재 상가 매물의 평균 보증금은 4984만원, 평균 월세는 354만원인 반면 명동 소재 상가는 평균 보증금 7730만원, 평균 월세 688만원으로 보증금은 2746만원, 월세는 334만원이 더 높았다.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복합상권 형성이 유력한 곳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연신내역, 불광역, 수유역, 사당역, 청계산입구역 등을 꼽는다. 이들 상권의 공통점은 역세권, 주중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유명한 산 때문에 주말에는 등산객 수요를 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8조원이다. 이들의 구매력을 잘 알려주는 수치다. 주 7일 상권 형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교회ㆍ사찰 등 종교시설이 인접한 상권에도 비수기가 없다. 주말이면 몰리는 신도들 때문이다. 공원 상권도 마찬가지다. 가족들과 젊은 연인들이 주말에도 상권을 꽉 채운다. 서울 광화문 광장, 여의도ㆍ보라매 공원 등 주변과 청계천ㆍ양재천 일대, 광교 호수ㆍ청라 수변공원 일대 상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웨딩홀 밀집지역도 결혼식이 몰려 있는 주말 방문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음식특화거리와 경리단길이 조성된 서울 이태원 상권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이태원 상권은 교통의 요지가 아니다. 대형 쇼핑몰도 없다. 하지만 이태원 상권 특유의 개성적인 문화가 녹아 있다. SNS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수요자다. 하우스 맥줏집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불황이 없는 상권’이라 불릴 만큼 주중ㆍ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린다. 또한 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쓰는 소비 지출액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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