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담배의 기원은 다양하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흡연을 신과 교감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연기를 피워 하늘로 올려 보내면 신을 만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생각이 아예 틀린 건 아닌 듯싶다. 흡연을 많이 할수록 하늘로 올라갈 가능성은 높아지니 말이다.
하늘로 빨리 오르고 싶은 이 의식을 전 세계에서 11억명이 진행 중이다. 물론 그중 절반 이상은 그 의식을 멈추고 싶어 한다. 필자가 생각건대 금연과 사업은 비슷한 점이 있다. 무언가에 의존하면 실패한다는 거다. 심지어 짐을 싸들고 금연 캠프를 가는 이들도 있는데 문제는 캠프 기간이 아니라 집에 돌아온 이후다. 이참에 금연보조제 중 거래 규모가 담배만큼 커진 전자담배에 얽힌 해프닝을 소개해 보겠다.
어느 집 사위가 장인 앞에서 전자담배를 피워 물었다고 한다. 담배는 아니지만 행위 자체를 보면 사위가 장인 앞에서 흡연하는 꼴이다. 당황한 장인에게 그 사위 왈 “아버님! 이건 담배 아닙니다”.
전자담배로 낭패를 본 사례는 또 있다. 필자의 지인은 전자담배를 수년째 피우고 있는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금연 장소에선 전자담배를, 흡연 장소에선 진짜(?) 담배를 피우는 거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혹 떼려다 되레 혹 붙인 경우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주위에 나타나면 필자는 그에게 넌지시 제안을 한다. 금 한 돈을 금연 선물로 줄 테니 만약 실패할 경우에 필자에게 두 돈을 돌려주겠냐고 말이다. 대부분 담배를 얼마나 참으면 금을 안 돌려줘도 되는지 물어본다. 필자가 평생이라고 답하면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외 업무가 잦은 필자는 면세점에서 각 나라의 담배를 사곤 한다. 그것을 주위의 끽연자들에게 한갑씩 돌리는데 피우라고 주는 게 아니다. 금연 결심을 하면 마지막으로 필자가 준 담배를 피우고 흡연 인생을 끝내라는 것이다.
몇달, 몇년 금연에 성공한 후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21년째 금연 중인 필자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물론 결심 앞에 평생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결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건을 붙이거나 무엇을 전제로 해선 안 된다. 스스로 빠져나갈 틈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필자의 담배를 받은 많은 분에게 신년을 맞이하여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제가 준 담배를 뜯으시는 게 어때요?”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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