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왜 끊이지 않을까
젊은 여대생 두명이 마을버스 앞문 근처에 앉아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교포로 짐작됐다. 그날 따라 버스 안이 조용했다. 이로 인해 둘의 대화가 귀에 거슬렸다. 잠시 후 옆에 서 있던 노신사가 그들에게 영어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여대생들이 영어로 한국인이라고 답하자, 노신사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왜 한국말을 놔두고 영어로 말하느냐” “노인이 서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등등. 당황한 여대생들은 회화공부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그때 버스운전사가 끼어들어 노신사에게 “뒤에 자리가 많으니 그냥 가서 앉으라”고 소리쳤다. 분란이 일어나자 여대생들은 황급히 뒷좌석으로 옮겨갔지만 노신사의 노기怒氣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었다. “영어로 말하니까 시끄럽다(노신사)”는 주장과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었을 뿐(여대생)”이라는 주장이 큰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이처럼 작은 관점 차이가 큰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던 기자 2명을 전 직장 동료가 총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흑인인 범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살해한 두 기자에 대한 불만의 글을 올렸다. “A기자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지만 회사가 재고용했다. 나와 단 한번 근무한 B기자는 인사부에서 (나에 대한) 보고를 했다.” 범인은 두 명의 기자가 죽을 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기자는 자신이 죽을 잘못을 했다고 생각했을까. 관점 차이가 죽음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범죄의 모양은 다양하다. 국가질서를 해치는 범죄도 있고, 사회질서를 해치는 범죄도 있다.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많은 범죄는 왜 발생할까. 필자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범죄의 싹’이 튼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법法은 물水이 흐르는 길去로 풀이된다. 물은 어떠한가. 그저 아래로 흐른다. 바위가 막으면 다른 길을 찾고, 낭떠러지가 있으면 군말 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이렇듯 물은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다. 갈등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관점을 물처럼 유연하게 연결해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갈등과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비법은 ‘관점’을 물처럼 만드는 거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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