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 빼앗은 자 못 먹은 자
빼앗긴 자 빼앗은 자 못 먹은 자
  • 김미란 기자
  • 호수 171
  • 승인 2015.12.23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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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CEO 3人 2015년 성적표

2015년 초, 대형 유통채널 CEO들은 이례적으로 공격경영을 선포했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앞장섰고,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쟁에 불을 질렀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정지선(43)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까지 공세를 펴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이들의 성적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빼앗긴 자(신동빈), 빼앗은 자(정용진), 못 먹은 자(정지선).”

▲ 왼쪽부터 신동빈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지선 회장.[사진=뉴시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체 오너들이 실적하락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다양한 신규 사업과 체질 변화를 통해서다. 그만큼 대형 유통채널의 상황이 신통치 않다. 특히 백화점이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에서 백화점의 매출 비중은 11%로, 대형마트(17.7%)나 슈퍼마켓(13.2%)보다 낮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전문가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유통산업 전망’의 결과도 비슷하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중 14.3%는 인터넷 소핑몰의 고성장세를 예측했다. 백화점은 전체의 1.3% 응답자만이 성장세를 내다봤다. 이는 편의점(4.0%), 대형마트(3.8%), 홈쇼핑(3.2%), 슈퍼마켓(2.3%)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을 봐도 백화점의 부진은 쉽게 엿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4%, -1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하더라도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유통업체 오너들이 공격경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합쇼핑몰ㆍ아웃렛(Outlet)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며 투자를 대폭 늘린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올 초 롯데그룹은 지난해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난 7조5000억원, 신세계는 지난해 2조2400억원에서 50%가량 증가한 3조3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왕성한 신규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공격 행보를 선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사업으로 ‘복합쇼핑몰’과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지난 1월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2015년 그룹 임원 워크숍’에서 정 부회장은 “경기불황으로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상 최대 투자로 내수 활성화와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이라며 복합쇼핑몰 진출, 백화점ㆍ이마트 신규진출 등을 위해 사상 최대인 3조3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채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 2월 밝힌 신규투자금액 7조5000억원 가운데 3조4000억원을 유통채널에 쏟아붓겠다고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면서 아웃렛, 온ㆍ오프라인을 동시 이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구축을 ‘성장 모멘텀’으로 꼽았다. 특히 신 회장은 옴니채널에 애정을 쏟으며 “롯데가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황 돌파구는 공격경영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털고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100년 이상 장수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비결은 미래를 예측하고 끊임없이 사업 포트폴리오 변신을 시도한 것”이라며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격경영은 어떤 열매를 맺고 있을까. 일단 정 부회장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미국 쇼핑몰 개발업체인 터브먼아시아와 공동투자한 ‘하남 유니온스퀘어’가 내년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롯데가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알려진 ‘이마트타운’은 지난 6월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성공적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얻은 것도 큰 성과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에 성공해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워커힐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부산 시내면세점 운영권은 유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에 따른 집객 효과로 신세계 명동 본점의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백화점 정 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의욕적으로 뛰어든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성장동력으로 꼽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사업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월 김포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첫 시동을 건 후 8월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웃렛 입점도 확정했다. 송도 프리미엄 아웃렛도 내년 상반기 오픈 예정이다.

신 회장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실적은 물론 이미지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제2롯데월드에 있는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사수에 실패한 것도 ‘롯데가家 형제의 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 7월 15일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되면서다. 그로부터 12일 후인 7월 27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으로 건너가 반전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롯데 형제간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형제의 난’으로 내홍 입은 롯데

신 전 부회장 측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일본 법원에도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신 회장을 제외한 지배주주들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경영 불확실성, 비효율성 등 경영권 분쟁의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면서 “근 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계열을 분리하거나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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