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잡은 의사 ‘반백년 인생’ 쓰다
펜 잡은 의사 ‘반백년 인생’ 쓰다
  • 김은경 기자
  • 호수 169
  • 승인 2015.12.08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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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필모임 수석회 창립 50주년

▲ 50주년을 맞은 수석회 회원들이 기념 케이크를 자르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국내 의사들의 수필동우회 ‘수석회水石會’. 이름처럼 끊임없이 흐르고(水), 돌같이 변함없다(石). 올해로 출범 50주년, 벌써 반백년째다. 수석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19층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및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수석회는 일반인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만 들으면 “돌을 수집하는 이들이 모임이냐” “학창시절 수석 졸업한 이들이 모임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오해다. 수석회는 뜻밖에도 의료계 인사들이 만들었고 성격도 특별하다. 흔히 의사 하면 냉철하고 과학적인 사고를 즐기는 인물이 떠오른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만큼 딱딱한 이성의 소유자일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의사도 인간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수석회는 이런 의사들의 ‘수필모임’이다. 다분히 인문학적이다. 수석회는 1960년대 중후반 의료활동을 하던 중견 의사들과 의료계 인사들이 모여 창립했다. 초기 멤버는 김경린, 김기령, 김사달, 김윤기, 배병주, 백민기, 이희영, 이한수, 유병서, 최신해, 한원석, 한일영 등 12명이었다. 창립멤버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다.
 

▲ ①수석회 초창기 멤버인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②수석회 회원들이 50주년을 기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③지난 50년간 수석회에서 발간해온 수필집과 올해 발간된 「수석 반백년」. ④수석회는 1965년 결성된 의사들의 수필 동우회다. [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초창기 멤버로 현재까지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의사 출신 경영인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다. 강 회장은 창립멤버는 아니지만 모임이 결성된 지 3년째 되던 해부터 수필을 쓰며 수석회 회원이자 맏형 역할을 해왔다. 내년이면 아흔살이 되는 그는 수석회 행사만은 직접 챙긴다. 실제로 강 회장의 아호는 수석이다. 과거 수석무역을 창립한 이도 그다. 강 회장이 ‘수석회’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강 회장은 50주년 행사에서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과학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선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느껴 모임을 만들었고 수필을 쓰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드(石)함과 소프트(水)함이 공존하면 좋겠다고 해서 ‘수석회’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반백년 역사만큼 이 모임의 회원은 각양각색이다. 정년퇴직을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도 있고, 대형 의료기관, 의료 관련 기업의 수장도 있다.

 
김인호 석수회 회장(김인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을 비롯해 강신영 아주대 명예교수, 권성원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석좌교수(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장),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의·약사 평론가회 회장), 유석희 중앙의대 명예교수, 최홍식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민성길 연세대 명예교수(효자병원 원장) 등이 석수회 주요 회원들이다. 현재 회원은 17명, 지금까지 거쳐 간 회원들은 약 46명이다.

올해로 활동 20년째인 민성길 효자병원 원장은 “병원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등 모이면 주로 술잔을 기울이며 환담을 나눴다”며 “선배 의사들은 후배를 위해 의료 노하우 등을 전수하기도 했고, 의료 분쟁과 같은 사회 이슈 등의 정보를 교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수필 외에도 성악·미술·사진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고 함께 즐겼다고 한다.

수석회는 올해 50주년을 기념해 50번째 수필집 「수석 반백년」을 선보였다. 1966년 10월 발행된 수석회의 최초의 수필집 「물과 돌의 대화」은 세로줄 활자로 총 303쪽에 걸쳐 75편의 수필을 담고 있다. 김인호 수석회 회장은 “문화계의 어떤 동인지도 반세기 넘게 명맥을 유지하는 동인지同人誌는 문화계에도 없다”며 “수석회는 50년, 100년 후까지 소소한 일상을 기록, 의료계 후학들에게 ‘역사의 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물과 돌처럼 말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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