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도 명품 만드는 스타 나와야
사회적기업도 명품 만드는 스타 나와야
  • 이필재 대기자
  • 호수 168
  • 승인 2015.12.03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필재의 人sight |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

SK그룹의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회적기업으로는 국내외적으로 유일하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국내 첫 대기업이기도 하다. 강대성 대표는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잘 가꾸고 좋은 사회적기업을 스타로 만드는 스타 메이커가 목표”라고 말한다.

▲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는“정부의 실패, 시민사회의 실패를 정부와 시민사회가 다 해결할 순 없다”면서 “사회문제의 일부는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베티카 제공]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당시 사회적기업으로서 행복나래가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2년 열심히 뛰고 우리 회사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사회적기업들이 나오면서 그런 이야기가 쑥 들어갔죠.”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는 “소모성 자재(MRO) 구매를 대행하는 대기업들에 대해 오너의 비자금 창구라는 둥 말들이 많지만 행복나래는 주주사들을 설득해 배당도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의 정책을  바꿨을뿐더러 정관 자체도 아예 그렇게 고쳤습니다.”

SK그룹 계열사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볼펜, A4 용지, 사무가구 같은 MRO를 구매대행하는 회사로 본래 영리 기업이었다.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서 행복나래로 이름을 바꿨다. 나래는 날개라는 뜻의 순우리말.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첫 대기업이기도 하다. 최태원 SK 회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각각 지분의 42.5%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행복나눔재단, SK가스, SK C&C가 5%씩 보유한다.

행복나래는 매출액이 22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의 사회적기업이다. 매출은 대부분 SK그룹을 상대로 한 MRO 공급으로 올린다. 그룹 관계사들이 행복나래가 추천하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많이 사준다. 그룹 관계사가 아닌 다른 기업과의 거래로 올리는 매출도 20%가량 된다.

✚ SK 그룹사 외 기업들은 왜 행복나래와 거래를 합니까?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동안 SK 계열사 공동구매로 단가를 떨어뜨려 구매 비용도 10~15% 절감되고요. 더욱이 우리 회사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간접적으로 사회적기업을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인 경우 우리 회사와의 거래로 매출이 늘어나면 지속가능성이 커지고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을 더 늘릴 수 있어요.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 간 상생이죠. 지금 고용이 화두 아닙니까? 고용을 늘리는 것 만한 사회적 가치가 없죠.” 

 
이 회사는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행복나래는 순이익을 전액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쓴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팔아 올린 매출 이익의 50%는 해당 사회적기업에 돌려준다. 페이백 시스템. 행복나래가 이익을 많이 낼수록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다소나마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판로 개척 지원 차원에서 이 회사가 구매하는 사회적기업 제품은 올해 230억원어치에 이를 전망이다.

✚ 다른 그룹들에 영향을 미쳤나요?
“다수의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돕는 프로보노(Pro Bonoㆍ공공의 이익을 위한 무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고, 한화그룹의 경우 프랜차이즈 카페 한화비앤비를 지난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행복나래가 사회적기업을 돕기 위해 주로 하는 일은 판로 개척 지원,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 지원, 상품 개발 및 개선과 관련한 지원이다. 일례로 지난해 전북 완주의 바이오 연구개발(R&D) 전문기업 제너럴바이오가 설립을 추진 중인 사회적기업품질센터를 지원했다. 이곳을 지렛대로 다른 사회적기업들의 R&D를 돕기 위해서다.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킹 효과이다.

해다미라는 브랜드로 발효원액을 만드는 사회복지법인 다운회아름다운엔 생산설비를 지원했다. 그 덕에 생산원가가 30%가량 절감됐다.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지적장애인이 일하는 이 사회적기업은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자 취약계층 고용을 크게 늘렸다.

✚ 행복나래가 하는 일이 기존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진정성 있는 CSR이랄까요? CSR이 기업 이미지 개선에 치우치다 보니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성을 따지게 됐습니다. 위기 모면용 자금 지원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고요.”

▲ 강 대표는“사회적기업에서도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명품을 만들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베티카 제공]
✚ 그래도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바꿔 놓기엔 역부족 아닌가요?
“정부의 실패, 시민사회의 실패를 정부와 시민사회가 다 해결할 순 없습니다. 사회문제의 일부라도 기업이 해결하겠다는 거죠. SK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 16개입니다. 사회적기업 가운데서도 스타가 나와야 돼요. 그래야 생태계도 활성화됩니다.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목적 중 하나죠.”

TGIM 외치는 회사가 꿈

✚ 지원할 사회적기업을 고를 때 주로 무엇을 보나요?
“사회적기업도 엄연히 기업인 만큼 품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품질이 떨어지면 사회적기업 전반에 대한 인상을 흐려 놓을 수 있어요. 지원하는 회사에 명품을 만들겠다는 자세를 가지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과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사회적기업가의 마인드를 봅니다. 제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해당 제품만의 스토리가 있으면 스토리텔링을 통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 사회적기업도 비전이 중요한가요?
“불과 다섯명이 일하는 사회적기업도 비전과 미션이 뚜렷해야 합니다. 그 비전이 CEO만의 것이어도 안 돼요. 반드시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공유된 비전이 아니면 잘나가다가도 방향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 행복나래의 비전은 뭔가요?
“사회적기업계의 미다스의 손이 되어 행복나래가 손을 대는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성이 증진되는 겁니다.”

행복나래는 구성원 155명 중 17%가 취약계층이다. 탈북자, 저소득층, 경력단절 여성, 다문화가정 여성들로 주로 기흥물류센터에 근무한다.

✚ 행복나래 나름의 고유한 기업문화도 있습니까?
“봉급쟁이들이 좋아하는 말이 TGIF (Thank God It's Fridayㆍ신이여 감사합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네요)이잖습니까? 직원들에게 주말이면 TGIM(Thank God It's Monday)를 외치는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얘기합니다. 동료들과 만나고 내가 맡은 사회적기업을 도울 생각에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직장이죠. 나눔과 배려, 사랑이 흐르는 일터랄까요?”

 
✚ 행복나래 같은 사회적기업은 해외에도 없나요?
“국내외적으로 유일한 모델입니다. 앞으로 사회적기업의 R&D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의 디자인을 돕는 사회적기업도 생겨났으면 합니다. 가능성은 있어요.”

✚ 사회적기업의 장래를 낙관하나요?
“그렇게 되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꿔 나가야죠.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은 3년 간 인건비를 지원 받습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망한다고들 하는데 91%가 살아남습니다. 짝퉁 사회적기업도 더러 있겠죠. 반면 일반 영세 기업은 생존율이 40%밖에 안 돼요. 여러 난관이 있지만 잘 해나갈 거로 봅니다.”

✚ 행복나래가 사회적기업을 ‘졸업’할 가능성도 있나요?
“사회적기업으로 정부 인증을 받은 사실을 떠나 사회적기업으로 존속하겠다는 건 SK의 대 사회적 약속입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