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알테스의 분노 삼포세대들의 절규
에피알테스의 분노 삼포세대들의 절규
  •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 호수 166
  • 승인 2015.11.23 09: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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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300 ❷

영화 ‘300’이 그려내는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는 전투 개시 첫째 날 승전과 함께 기세를 올린다. 페르시아가 자랑하는 전설적인 1만명의 최정예 군단 이모털(immortal)까지 물리치고 감히 승리까지 꿈꾼다. 그런데 어떻게 스파르타 최정예 300명의 근위대를 포함한 약 5000명의 전사들이 그 이튿날 한순간에 무너졌을까.

▲ 스파르타군의 강점은 밀집대형에 있었고, 에피알테스는 그런 밀집대형 전투를 할 수 없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운명을 결정지은 건 크세르크세스 황제 도 레오니다스 왕도 아닌 영화 속 기괴한 형상의 불구자로 잠시 등장하는 에피알테스(Ephialtesㆍ앤드류 티어넌)의 배신이다. 그가 조국 스파르타를 페르시아에 팔아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에피알테스는 스파르타 군인의 집안에서 불구로 태어난다. 병약하거나 불구로 태어나면 죽여야 하는 것이 스파르타의 법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 불구의 아들을 숨겨서 키운다. 한 맺힌 에피알테스는 불구의 몸이지만 군인이 되고, 집안의 명예를 찾기 위해 창검훈련에 매진한다. 그러던 중 페르시아가 침공하자 아버지의 창과 방패를 걸치고 테르모필레 전선으로 레오니다스 왕을 찾아온다.

테르모필레 바위산 위에서 에피알테스와 레오니다스의 인상적인 대화가 전개된다. 에피알테스는 레오니다스 왕 앞에서 창을 쥐고 그동안 갈고닦은 강력하고 정확한 찌르기 시범을 보인다. 일그러진 얼굴에 자신감과 긍지가 피어오른다. 그런 그에게 레오니다스 왕은 찬물을 끼얹는다.

에피알테스의 창찌르기 솜씨는 레오니다스 왕도 인정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스파르타 보병의 생명은 ‘장갑裝甲 밀집대형(phalax)’에 있다. 전체가 하나의 밀집대형을 유지하면서 한 병사가 창을 찌르면 옆의 동료가 스파르타 특유의 커다란 방패로 창병을 철저히 보호한다.

그렇게 적의 공세를 막아내고, 적진을 뚫는다. 곱사등이 에피알테스는 방패를 머리 위로 치켜들지 못한다. 전체의 한 부분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는 병사는 개인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스파르타 ‘밀집대형’에는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전체 밀집대형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레오니다스는 300인과 함께 명예롭게 싸우다 죽겠다는 에피알테스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어 ‘뒤에서 병사들의 뒤치다꺼리나 해줄 것’을 제안하고,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인다. 명예를 원한 에피알테스의 분노가 폭발한다. 평생 신주단지처럼 껴안고 살아온 창과 방패를 절벽 아래로 내던지며 절규한다. “아버지도 틀렸다. 레오니다스 당신도 틀렸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숨겨서 키우면서 ‘꿈을 간직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자랑스러운 스파르타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가르쳤던 아버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300이라는 기득권 세력을 원망한다. 스파르타도 부정한다. 무엇이 에피알테스를 그토록 분노하게 했을까.

▲ 부단히 노력했지만 정예군에 끼지 못한 에피알테스와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도 못하는 삼포세대는 유난히 닮았다.[사진=뉴시스]
역경 속에서도 명예로운 삶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온 에피알테스에게 병사들 뒤치다꺼리나 하라는 레오니다스의 말은 일견 합리적이고 관대해 보인다. 그러나 ‘네 마음은 알겠지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네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 조직을 너에게 맞춰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BC 480년 그리스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진행된 레오니다스 왕과 에피알테스의 대화가 2015년 대한민국 5060세대와 2030세대 사이에 재연된다. 우리 시대의 레오니다스들(5060세대)은 20년간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삼포세대’가 돼 버린 수많은 에피알테스들(2030세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한다. ‘너희들을 위해 우리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말한다.

에피알테스가 아버지를 원망하고 스파르타를 부정했듯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분노하고, 그들을 불신하며 조롱한다. ‘개한민국’ ‘헬조선’을 주문처럼 외우며,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로 달려간 것처럼 이민을 꿈꾼다. 분노한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 진영으로 달려가는 순간 테르모필레 전투는 끝났다. ‘하찮은’ 에피알테스를 배려하기에는 너무도 위대했던 밀집대형 팔랑스(phalax)는 그 ‘하찮은’ 에피알테스의 분노에 궤멸됐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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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붕 2017-06-30 17:30:15
이거 쓴 사람 머리속에 뭐가 들어있는거지? 이 글 쓰면서 신박한 비유를 했다고 생각하겠지 ??? 허드렛일이 하기 싫어서 그럼 7급 9급 공무원에 매달리고 있는거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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