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함께 보조 맞추는 튜닝산업
현대차가 최근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했다. 현대차의 다른 회사 인재 영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시리즈 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고, 10년 전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페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K시리즈를 히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현대차 그룹의 총괄 디자인 사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의 인재 영입은 고성능차 개발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00년 후반 들어 고속 성장하면서 판매 대수 기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시장에서 800만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기술 면에선 글로벌 메이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비가 좋으면서도 출력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 고성능 퍼포먼스 능력,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다.
고성능차는 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품질이나 고성능 등 소비자 욕구를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M’ ‘AMG’ 등 고성능 차량을 개발ㆍ생산하면서 기술력을 쌓고 있다. 이 브랜드는 양산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역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대중차 브랜드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고급차 브랜드를 활용한 수익의 극대화라는 ‘투 트랙 모드’가 절실하다.
고성능차는 단순히 해당 기업의 수익성만 올려 주는 것이 아니다. 튜닝산업 발전의 촉매제 역할도 한다. ‘성능 좋은 차’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이 튜닝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거다. 실제로 고성능차의 부재는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산업이 지금까지 불모지에 머무른 이유 가운데 하나다.
40년 동안 튜닝 관련법도 없이 시장은 음성화가 됐고, 국민들은 튜닝산업을 불법의 온상으로 봤다. 100조원 규모의 세계 튜닝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에 꼽히는 우리나라로선 튜닝 산업의 저조한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성과도 있었다. 현대차가 튜닝된 ‘i20’으로 지난해 열린 월드 랠리 챔피온십(WRC)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다. WRC는 F1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자동차 대회로 꼽힌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모터스포츠대회에서 처음 일궈낸 우승이기도 하다.
고성능차 개발이 필요한 이유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의 세부 전략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현대차 R&D 센터가 위치한 도시인 ‘남양’에서 따온 ‘N’을 브랜드 이름으로 정했다는 것과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이 총괄 지휘하고 있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역량 있는 해외 인사 영입은 우리나라의 고성능차 출시 시기를 앞당기는 호재다. 튜닝산업의 발전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형 메이커가 나서면 시장의 고속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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