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가조작 엄벌책
2013년 정부는 주가조작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강력한 과징금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속전속결로 조사해 강하게 엄벌한다.” 정부가 지난해 4월 18일 발표한 주가조작 근절 대책의 핵심이다. 조사에서 처벌까지 3년 넘게 걸리던 주가조작 사건을 3~5개월 안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주가조작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환수하고 제보ㆍ신고포상금을 ‘로또 수준’으로 올렸다. 하지만 과징금 규제는 유보됐다. 과징금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정,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는 적용하지 않고 이보다 수위가 낮은 ‘신종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신종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현행법상 규제를 받는 불공정거래에 속하지 않는 불공정거래를 말한다.

물론 과징금 제도는 주가조작 예방 차원의 근절 대책이 될 수 있다. 형사법 절차에만 의존하던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대책의 보완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강력한 과징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징수한 과징금은 11억6700만 달러(1조321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강력한 과징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려면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먼저 과징금은 주가조작의 주체인 ‘위법 행위자’에게만 부과돼야 한다. 주가조작의 객체客體에 불과한 상장기업에 과징금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주가조작 근절대책 찾아야
대주주와 임원이 몰랐을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기업을 둘러싼 정보와 소문은 과거와 달리 인터넷상에 넘쳐흐르고 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기업 정보가 흘러나오기 일쑤다. 이 때문에 기업의 오너, 대표, 임원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주가조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은 팀플레이 형식으로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기업 오너, 대표, 임원을 비롯해 해당 기업에까지 과징금을 물린다면 기업의 실제가치가 떨어져서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불공정 거래 행위를 이유로 거둔 과징금을 주가조작의 피해를 본 국민에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징금의 용처를 선량한 투자자에 대한 1차 피해를 보상하는 데 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징금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모두 경상이전수입(벌금ㆍ몰수금ㆍ과태료 등)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녕과 공공복리를 위해 쓰여야 한다. 언뜻 당연한 얘기로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가 2010년 8월에 발표한 ‘공정위 과징금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이슈리포트를 살펴보면 공정위,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부처(기관)가 거둬들인 경상이전 수입은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부부처가 불법ㆍ부정경쟁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됐음에도 정작 이 기업 때문에 피해를 본 국민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다.
국민이 불법ㆍ부정 경쟁 기업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 피해를 구제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부처의 경상이전 수입 가운데 일부를 불법ㆍ부당 경쟁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징금을 신고포상금 명목으로 활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별도의 ‘기금’을 편성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파격이지만 생각해 볼 만한 제안이다.
이기현 더스쿠프 객원기자 Lk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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