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멋진 단독주택.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정원을 가꾸면서 사는 것은 서울 도심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낭만일 게다. 이런 단독주택은 2005년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대부분 대형 평형이고 가구수가 적어서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아파트보다 불리한 입지와 낮은 환금성 탓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테라스하우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됐다. 85㎡(약 25평) 이하 중소형이 이전보다 늘었고, 고급 마감재를 고집하지 않아서 몸값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아파트 저층을 ‘테라스형’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경우도 늘었다. 1층을 앞으로 빼 공간을 확대하고, 1층 지붕을 2층 테라스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부채질한 건 정부의 규제 완화다. 지난해 9월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발표함으로써 대규모 공공택지 조성이 3년 동안 미뤄졌다. 아파트를 지을 땅이 사라진 건설사와 시행사는 남아 있는 연립주택 용지를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 연립주택 대신 테라스 하우스를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아파트 용지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온 연립주택 용지가 택촉법 폐지 발표 이후 금싸라기 땅으로 환골탈태한 이유다.
테라스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쾌적함이다. 위층 가구가 아래층의 지붕을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가꾸거나 아이들의 놀이터 또는 바비큐 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 테라스를 단독주택의 마당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에 입주한 테라스하우스 ‘광교 에일린의 뜰’에는 최초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웃돈)이 1억5000만원가량 붙었다. ‘강남 효성해링턴 코트’는 아직 입주도 안 했지만 프리미엄이 1억~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입주를 시작한 ‘동탄센트럴자이’의 복층형 테라스하우스인 전용 84㎡도 1억원가량, 올해 말 입주 예정인 ‘래미안 위례신도시’에 일부 배치된 테라스하우스에는 3억원의 프리미엄이 각각 붙어 거래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인기가 많다. 지난 3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최고 56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얼마 전 분양에 나선 인천 논현동 테라스하우스 ‘한양수자인 아르디에’도 수요자가 단시간에 몰리며 사흘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아파트 일부 가구에 공급되는 테라스하우스도 인기를 끌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다소 낮고 희소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GS건설이 부천옥길지구에서 분양한 ‘부천옥길자이’의 테라스하우스 84㎡의 경우 총 3가구 모집에 87명이 신청, 29대 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8월 구리갈매지구에서 분양한 ‘갈매역 아이파크’의 테라스형인 84㎡는 2가구 모집에 57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테라스하우스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구입할 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높은 분양률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허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테라스하우스의 공급 가구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유형별로 모집하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실제보다 높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실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청약하는 경우가 많아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용인 죽전지구에 공급된 테라스하우스 ‘힐데스하임’에는 청약 경쟁률이 제로이던 가구가 4곳이나 됐다.
분양가ㆍ분양률 허수 조심해야

환금성도 고려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로 수요가 한정돼 있다 보니 급하게 팔아야 할 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테라스하우스에 생활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비탈진 경사면에 지어지는 테라스하우스는 집 뒤쪽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통풍이 잘 안 되고 습기가 차 결로가 생기는 집이 많다. 외부와 접하는 면적이 적어 일조량이 부족하거나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냉난방비가 많이 들기도 한다. 방범과 사생활 침해 문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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