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준 잡코리아 대표

“국내 1위 취업포털 대표를 맡아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직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역량을 다 쏟겠다.” 윤병준 대표는 지난 8월 5일 취임 당시 이런 다짐을 했다. 유명한 회사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명감’은 또 무엇인가. 잡코리아가 공기업도 아닌데 말이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가 드러났다. “(잡코리아) 대표직 제의을 받고 2주 정도 고민하며 이 업종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쇼핑 쪽 일도 재미있었지만 누군가의 일자리를 구해 주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훨씬 보람 있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에 ‘사명감’이 생겼다.”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라 할 만한 ‘일자리’ 연결 사업(온라인 리크루팅 정보제공업) 최고경영자로 일하게 돼 그런 마음이 생겼다는 얘기다. 인터넷 쇼핑몰 전문가인 그가 CJ오쇼핑 e사업본부 부사장에서 잡코리아 CEO로 옮기면서 ‘사명감’까지 덤으로 얻은 것이다.
잡코리아는 유명세나 높은 대중성에 비해 회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1등 취업 전문 포털이지만 종업원 250명 안팎의 중소기업이다. 연간 매출도 600억원 전후다. 2012년 5월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감사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아 회사 경영 내용도 일반인이 잘 모르는 구조가 됐다. 1996년 6월 1일 창립 이래 IMF 외환위기(1997년)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와 인터넷 등 IT(정보기술) 발달에 편승해 사업이 몰라보게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연 매출이 500억원대를 맴돌고 있다는 점은 큰 숙제다(그래픽 참조). 동종업계 리더인 잡코리아는 취업포털,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 헤드헌팅 등 사업 분야에서 사람인, 인크루트, 커리어 등과 경쟁이 심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졌다. 사업 모델의 신규성과 확장성, 높은 이익률 등은 무기다.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35% 안팎일 정도로 높다. 한때는 이익률이 50%를 웃돈 적도 있었다. 고정비 외에 특별히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사업 구조 덕분이다.
H&Q는 9월 29일 미국 온라인 채용업체 몬스터월드와이드가 보유하고 있는 잡코리아 지분 50.1%를 인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1100억원 상당. 이에 앞선 2013년 말에 H&Q는 몬스터월드와이드로부터 잡코리아 지분 49.9%를 950억원 상당에 먼저 인수했다. 1차 인수 후 1년9개월여 만에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된 것. H&Q는 온라인 채용정보 플랫폼 시장이 유망하다고 보고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몬스터월드와이드는 2005년 연 매출 100억원 안팎의 벤처기업이던 잡코리아 경영권을 약 1000억원에 인수,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10년 만에 잡코리아 연 매출 규모를 5배 상당으로 키웠지만 이번에 매각하고 말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잡코리아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를 겪고 있는 점,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린 점 등이 매각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정체 풀어야 할 과제
지난 8월 잡코리아는 윤 대표 영입 배경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확장과 해외사업 강화에 힘을 실어 회사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신사업 개발 및 해외사업 운영 면에서 높은 능력과 감각을 갖춘 점을 들어 그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베이옥션 서비스기획실장, NHN 지식쇼핑실장 및 비즈니스 플랫폼 쇼핑영업센터 이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커머스N 대표, CJ오쇼핑 e사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의 베테랑이란 이미지를 심어 왔다. 이에 맞춰 윤 대표는 취임 3개월 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의 경영 방침과 회사 혁신 방향을 제시해 왔다.
취임 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직원들에게 “모바일 생산성을 3배로 올릴 방법을 찾으라”는 요구를 제일 먼저 했다고 밝혔다. IT서비스 비즈니스인 취업포털이 이용자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PC와 달리 모바일은 맞춤형 콘텐트가 중요하다는 것. 인력 등 모바일 최적화 IT 투자를 늘려 알바 구직자나 정규직 구직자 모두에게 맞는 이용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잡플래닛’과 ‘블라인드’의 활약에 자극받았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또 알바 사업과 정규직 사업을 동시에 하는 잡코리아의 장점을 살려 생애주기형 구인ㆍ구직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였다. 경력직 전직轉職을 도와 주는 헤드헌팅 사업이나 퇴직 후 재취업 사업 등을 알바 및 정규직 사업과 연결시키면 한 사람의 일자리 라이프사이클이 완성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사업은 시행착오 가능성이 있어서 향후 3~5년에 걸쳐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윤 대표는 당분간 현재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일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한 내년 말까지 모바일 최적화에 중점을 두고 이용자 불편 사항 등을 고쳐 나갈 계획이다. 잡코리아 이용자나 광고주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도록 계속 챙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구인ㆍ구직 시장이 침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수요는 있는데 시장 발굴을 못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입 공채 시장은 한정돼 있지만 경력자 전직 수요 등은 계속 증가, 리크루팅 수요가 늘게 돼 있다는 얘기다.
모바일 기반 맞춤형 콘텐트로 승부
그는 대학 졸업 후 편의점 관리 직원으로 출발해 20여년 동안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우문현답(우리의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란 점을 늘 강조한다. 잡코리아 대표가 돼서도 일대일 직원 면담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현장 목소리가 경영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게 CEO의 임무”라고 말하는 그가 잡코리아 업그레이드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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