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은 론칭 6년 만인 지난해 2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 대리점 막말 파동을 겪은 남양유업은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비상飛上, 네이처리퍼블릭은 비상非常이다.
남양유업이 FD 커피로 유럽 시장을 뚫은 원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이다. 고객 맞춤형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수시로 샘플 평가를 진행, 해외 바이어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토대로 각 사가 원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는 맞춤형 커피 제품을 개발,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커피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이런 강점을 십분 활용, 수출 물량을 내수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스위스 등 국가에 원료형 FD 커피를 수출하고, 해외 커피 PL(Private Labelㆍ자체 브랜드) 사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원구(59) 남양유업 대표는 “유럽에서 커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 커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이 막말ㆍ갑질 논란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는 셈이다. 무너졌던 영업망은 복구됐고, 2년 연속 적자를 거듭하던 실적 원가개선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올 상반기 매출 5940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주가도 회복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지난 2일 해외 카지노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정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대표는 마카오 카지노에 수수료를 주고 VIP룸을 빌린 뒤 이른바 ‘정킷방’을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을 끼고 2012~2014년 3년 동안 140억원대의 해외 원정도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도박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기업인들이 폭력조직을 끼고 해외 원정도박을 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정 대표는 2003년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창업, 업계 1위에 올려놨다. 더페이스샵 매각 후 2010년부터는 또 다른 화장품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를 맡아 왔다.
문제는 정 대표의 구속이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9월 서울메트로의 역 구내 화장품 전문 매장 임대차 운영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수도권 지하철 1~4호선 57개 역사 내 68개 매장을 3년 동안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정 대표의 구속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