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538만7652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동전화가입자(5805만7486명)의 9.2% 비중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추정한 알뜰폰 시장점유율도 9%대에 진입했다. 2011년 공식 출범 당시 알뜰폰 가입자가 4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1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도입됐다. 이동통신 재판매(MVNO)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SK텔레콤·KT·LG유플러스)로부터 망網을 임차해 자체 브랜드로 통신서비스를 제공(재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아 기존 통신비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알뜰폰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알뜰폰 가계통신비 인하효과가 1조56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최근 알뜰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망을 빌려주던 이통통신사들이 자회사를 설립해 알뜰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의 자회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2.3%에 달한다. 올해 알뜰폰 가입자 10명 중 5명 이상은 이통3사의 자회사가 내놓은 알뜰폰을 선택했다.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로는 SK텔링크, KT M모바일, 미디어로그가 있었다. KT M모바일은 KT가 자본금 1000억원을 들여 만든 자회사로, 올 6월 알뜰폰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이 회사는 매달 1만~1만5000명씩 가입자를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가입자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통3사의 자회사가 알뜰폰 가입자를 끌어 모으자 기존 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알뜰폰 1위 업체 CJ헬로비전의 가입자 수가 4개월 전 86만7000명에서 현재 86만1000명으로 줄어든 건 대표 사례다.

이런 면에서 이통3사의 알뜰폰 진출이 올바르지 않은 현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통3사의 인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중소업체엔 위협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의 알뜰폰 시장 참여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정부가 이통3사와 중소업체가 분리해서 알뜰폰을 판매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중소업체에 ‘기회의 땅’이었던 알뜰폰. 성과가 미미할 거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통3사가 잘되는 것 같으니까 은근슬쩍 발을 들여놨다. 대책이 필요하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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