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 귀성 길 소통 돕고 소비도 살리고

이들 차량에서 도로공사는 통행료를 얼마나 거둘까? 지난 8월 14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통행료를 받지 않자 그날 하루 지난해 추석 당일(525만대)에 버금가는 518만대가 141억원을 면제받았다. 올 추석연휴 때 하루평균 460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통행료 수입은 약 135억원. 9월 26~29일 나흘 연휴로 치면 어림잡아 540억원이다.
광복절 전날 임시공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준 것처럼 이번 추석 연휴에도 받지 말자. 통행료를 안 받으면 진·출입로 몇 ㎞ 전방부터 늘어서는 차량 행렬이 짧아서 소통이 원활해진다. 좀 더 일찍 가족·친지를 만나 정을 나눌 수 있다. 극심한 체증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 받아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더구나 몇만원씩 감세減稅 효과 내지 보너스를 받는 격이니 고향에 들고 갈 선물도 더 많이, 크고 비싼 것으로 준비함으로써 내수 경기에도 보탬이 된다.
바로 이런 내수 활성화 효과를 노리고 예정에 없던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광복절을 3일 연휴로 만들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하지 않았는가. 광복절 연휴가 지나가자 기획재정부는 ‘광복 70주년 계기 내수활성화 조치 효과’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자화자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통행료 면제 조치가 국민의 나들이와 국내 여행을 유도해 광복절 연휴 동안 1조4000억원의 소비효과를 일으켰다고 거들었다.
그렇다면 추석과 설, 양대 명절때 만이라도 통행료를 면제하자. 명절이면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채 ‘저속低速도로’ 내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는 길에서 수천만명의 이용객이 허비하는 연료와 시간을 모른 체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기업과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도로공사나 민자고속도로 사업자의 수익이야 줄겠지만 명절 체증에 따른 기름값 낭비와 시간손실, 대기오염 등 우리 사회 전반의 혼잡비용과 스트레스 및 후유증도 결코 가벼이 볼 게 아니다.

개통 47년째인 경인고속도로는 이미 누적 통행료 수입이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어섰다. 45년 된 경부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남해제2지선, 울산 등 4개 고속도로의 통행료 총액이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했는데도 전국 고속도로 통합채산제를 이유로 여전히 통행료를 받고 있다. 더욱이 도로공사는 2011년 11월부터 주말 통행료 할증제를 도입해 3년8개월 동안 1266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이 돈이면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흐레 면제하고도 남는다.
이웃 중국에선 큰 명절이면 통행료가 없다. 춘제(설날)와 국경절에 일주일씩, 청명과 노동절에 3일씩 1년에 20일 면제한다. 대만은 중국에 앞서 춘제 연휴에 통행료를 면제해 왔다. 올 추석, 열심히 일한 국민에게 통행료 면제의 선물을 주자. 느닷없이 정한 임시공휴일에도 했는데 민족 최대의 명절에 뭘 망설이는가.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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