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SNS

룸스, 슬링샷, 포크, 텔레그램, 시크릿, 위스퍼, 익약, 모씨, 돈톡, 스냅챗…. 국내외에서 나온 익명 기반의 SNS들이다. 최근 익명으로 소통을 하는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관계 기반의 소통 대신 자신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는 정해진 시간 이외엔 기록이 남지 않는 걸 선호한다.
그간의 SNS는 실명 기반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신을 남 앞에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은 물론 남들에게 일종의 ‘자랑질’을 해야 하는 강박관념마저 생겼다. 오죽하면 이런 현상을 희화화한 문장이 만들어져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예컨대 싸이월드는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 ‘이렇게 잘 먹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내 아이가 이렇게 잘 크고 있다’, 트위터 ‘내가 이렇게 이상하다’는 식이다.

최근엔 개인정보 노출을 넘어 정보검열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 SNS 피로감이 더 커졌다. 익명을 강조한 SNS서비스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 스냅챗이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냅챗은 2011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가 만들었다. 사진을 전송하는 사람이 수신자의 사진 확인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기 파괴 앱(self destructing app) 기술이 활용돼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10초 제한을 설정하면 10초 후 사진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이다.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부담이 적다. 국내에선 돈톡, 어라운드, 모씨와 같은 익명 SNS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모씨는 가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다. 속마음을 편지에 적는 콘셉트인 익명 SNS 모씨엔 주로 미혼모, 왕따 문제, 성폭력 등의 사연이 올라온다. 익명이 아니면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이용자는 여성이 많고 연령대는 18~24세에 해당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익명 SNS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넘어 음성, 영상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라는 거다. 전문가들은 SNS의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사회에선 점점 더 비밀이 사라질 것이고, 그럴수록 SNS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있다. 익명을 방패삼아 불법만남이나 사기, 근거없는 유언비어, 욕설 등이 난무하는 일이다. SNS, 실명이든 익명이든 보완할 게 여전히 많다. ‘소셜 서비스’의 축복만큼이나 많은 과제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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