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각 지자체가 지역개발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주민들이 낸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세금누수를 막긴 어렵다.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며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면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데크 자재를 유통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필자는 지역마다 주민을 위해 마련한 쉼터·산책로·탐방로 등에 설치된 데크를 보면서 그런 문제점을 종종 실감한다.
품질 보증이 되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거나 관리가 소홀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전형적인 세금 낭비 사례다. 실제로 기준 이하의 합성목재를 자재로 쓴 데크가 썩고, 내려앉고, 갈라지고, 뒤틀린 걸 볼 때는 보행자들이 얼마나 불편해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심지어 박아 놓은 못이 뾰족하게 머리를 들고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신경 쓰고 좋은 자재를 쓰면 누수되는 세금을 대폭 아낄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절로 든다.
여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올레7 코스 일대 산책로 데크 시설, 강릉 경포해변 데크 산책로, 대전시 목척교 부근 데크 산책로, 단양 남한강 수변 데크 산책로, 김해 봉황대공원, 대전 충남지역 수변 공원 보행데크 등 망가진 데크 시설 때문에 지자체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오죽하면 경북지역의 한 매체는 포항시에 있는 여러 곳의 목재 데크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유지보수비용으로 연간 수천만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데크 시설의 부실한 관리를 질타했겠는가.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해답을 하나씩 찾아보자. 지자체들은 친환경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공원 탐방로, 산책로, 올레길, 둘레길에 설치되는 데크 자재로 보통 방부목을 사용한다. 방부목은 천연목재나 합성목재보다 자재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재의 뒤틀림, 갈라짐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물기와 습기에 약해 쉽게 부식된다는 단점이 있다. 방부목으로 시공했을 때 사후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봄·가을에 오일 스테인 도포 등 꾸준한 유지보수를 해줘야 한다는 거다.
이를 보완한 것이 합성목재다. 방부목보다 비싸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보수가 따로 필요 없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으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합성목재 대신 방부목을 사용한다. 예산 절감차원에서 최저가 입찰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싼 데크 자재 사용을 부추기는 최저가 입찰방식은 당장은 세수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보수 비용이 늘고 제품의 안정성은 떨어진다. 결국 철거한 뒤 재시공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도 비일비재하다.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말이다. 지금은 돌아가는 듯해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이 오히려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데크가 주는 교훈이다. 일상속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조금만 신경쓰면 세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
한영배 뉴테크우드코리아 대표 hanyb@newtech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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