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 누아르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시카고의 1920년부터 1940년까지는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가 도시를 점령했을 때였다. 죽음과 범죄가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시대, 도덕과 상식은 멸종됐던 시대에도 사랑을 꿈꾸고, 평범한 삶을 꿈꾸었던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스토리도 그렇지만 공연장까지도 옴므 파탈 콘셉트를 가져왔다. 소극장의 크기가 평균 연극 공연장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서 관객석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딱딱한 편이다. ‘불편해도 닥치고 봐, 곧 나한테 빠져들 테니까’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극이 시작하면 나갈 수조차 없어, 말 그대로 출구가 없는 마성의 연극이다. 거기에 더해, 좁은 공간 덕에 배우들 역시 매번 관객 바로 코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50㎝ 남짓. 객석은 50석씩 서로 마주보게 배치돼 양쪽 객석과 객석 사이의 거리는 3m20㎝ 정도다. 이렇게 의도적인 열악함 속에서도 배우들은 작두를 타듯 무섭게 집중해 호연을 뽐낸다.

◆ 쇼걸 롤라의 박복한 이야기 ‘로키’ = 로키는 박복한 쇼걸 ‘롤라 킨’이 주인공이다. 결혼식 전날, 그녀를 둘러싼 끊임없는 살인을 다룬 코미디로 희로애락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수작이다. 롤라의 박복함은 정말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치는데, 그를 대처하는 유쾌하면서도 애처로운 그녀의 유려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 심장이 쫀쫀해지는 복수극 ‘빈디치’ = 빈디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 ‘두스’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경찰 ‘빈디치’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다. 컴컴한 방 안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못 보는 사람들을 주의가 요망되지만 그만큼 심장이 쫀쫀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황수현 기자 suhyeon1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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