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책 없는 서민금융, ‘단팥 빠진 찐빵’
소득 대책 없는 서민금융, ‘단팥 빠진 찐빵’
  • 강서구 기자
  • 호수 152
  • 승인 2015.08.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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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에 빠진 서민금융

서민금융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서민층의 고용과 소득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은 달랐다. 정부는 공급 규모를 늘리려 하고 있다. 소득을 올리는 가장 쉽고 명쾌한 답을 놔두고 말이다.

서민금융은 소득양극화와 서민층의 금융생활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2010년 등장한 서민금융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햇살론ㆍ미소금융ㆍ새희망홀씨대출ㆍ바꿔드림론 등이다. 서민금융은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시혜성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금융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지원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햇살론의 경우 보증제한 사유인 최근 3개월 이내 30일 이상 연체경력이 있으면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채무로 인한 급전이 필요할 경우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데 있다.

저소득ㆍ저신용 서민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 대출해 주는 ‘바꿔드림론’의 경우 2013년 말 16.3%를 기록했던 연체율이 올 5월 25.7%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대출 회수실적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출범 다음해인 2009년 33.2%를 기록했던 회수율은 2013년 기준 6.1%로 떨어졌다. 서민층의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새희망홀씨’의 연체율도 지난해 2,6%에서 3.2%로 상승했고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연체율로 5월 기준 각각 8.5%와 12.2%를 기록했다.

물론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이런 연체율이 ‘도덕적 해이’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 연대 대표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용불안을 가장 많이 겪는 계층이 서민층”이라며 “갚기 싫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안돼서 갚지 못하지만 이를 채무자의 도덕성 문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연체율이 상승할 경우 서민금융이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민금융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신용등급과 대출금액에 따라 보증비율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햇살론’의 경우 부실이 발생할 경우 90%를 정부가 보증하고 있어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나 사후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높은 보증비율을 신용등급ㆍ대출횟수ㆍ대출금액에 따라 달리하고 보증 비율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런 보증비율의 차등화가 서민금융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대출을 시행하는 금융기관의 책임이 증가해 대출 승인율이 크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증비율을 여건에 따라 차등화 하면 서민층 중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나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서민층을 대출 가능자와 불가능자로 또 다시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득양극화와 서민층의 금융생활을 지원이라는 서민금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자리 지원 등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연계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가난의 세습을 막기 위한 교육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대표는 “취업난에도 스펙이 좋은 사람은 여러 회사에 입사가 가능하다”며 “이제는 부모의 학력과 부가 자녀의 직업까지 결정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학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의 교육정책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며 “지원 규모를 수치화하는데 급급한 전시행정적 정책으로는 서민금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소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민금융의 부실문제는 반복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빚으로 빚을 막는 정책에만 의존하고 있다. 6월 23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말 종료예정인 햇살론ㆍ새희망홀씨를 5년간 연장하고 2018년까지 22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서민금융상품을 연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확대해 270만명의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서민금융 성실 상환자를 위한 정책도 ‘긴급생계자금’을 기존 대출금리로 빌려주고 소액의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게 전부다. 시민단체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저금리로 추가 대출을 공급해도 소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 없다”며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의 빚을 탕감해주고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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