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6월, 국내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됐다. 무엇보다 의무교육 시간이 종전 30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학과 교육은 5시간으로 같지만 장내 기능 교육은 15시간에서 2시간으로, 도로주행교육이 10시간에서 6시간으로 각각 줄었다. 특히 필기시험 합격 후 치르게 되는 장내 기능 시험은 ‘눈 감고도 딸 수 있다’고 할 만큼 쉬워졌다. 50m 직선 코스를 달린 후 멈추면 합격이기 때문이다. 종전에 시행된 S코스ㆍT코스 등의 주행은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지자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운전면허 관광’이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해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상하이上海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약 3개월간 1만 위안(약 184만원)을 써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인도 약 7000위안을 들여 닷새 정도의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가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여기에는 비행기값, 숙박료, 운전면허시험 응시료, 중국 운전면허증 교환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인 숫자는 2010년 7000명에서 2013년에는 2만9000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대부분 제주도에서 단기관광을 와서 관광과 더불어 운전면허도 취득하는 방법이다. 특히 제주도는 비자가 필요 없어 1주일 관광이면 3~4일 관광하고 나머지는 면허취득에 사용하면 된다. 운전면허 학원은 중국 통역까지 제공하면서 간단한 주행방법만 알려주면 끝이다. 이제는 중국 정부에서 국내 단기 체류 관광객의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내는 실정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제도 전체를 고쳐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간소화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운전면허 제도의 세심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를 무시하고 전체를 뜯어고친 것이다. 혹자는 운전면허제도 간소화를 규제 개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엄연히 사실이 아니다.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강화할수록 좋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자동차 1만대 당 약 2.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명의 2.2배를 넘는다.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아직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국가다. 운전면허시험의 강화는 이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아예 유커를 대상으로 원정 운전면허 관광을 수입원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까지 내고 있다.
운전 한류 문화를 만들자는 얘기다. 당연히 안될 말이다. 운전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증은 사실상 도로 상의 살인 면허증이라는 무거운 의식이 필요하다. 당장 지금도 우리나라 도로 위에는 미숙한 초보 운전자가 안전하지 않은 주행을 하고 있다. 필자의 딸도 그 중의 하나다. 당장 운전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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