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 정치권이 시끄럽다. 특히 친박ㆍ비박, 친노ㆍ비노로 분류되는 계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정당은 권력을 잡는 것이 목표다. 때문에 파벌간의 쟁투는 정당정치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같은 파벌만 뭉치고 다른 파벌은 배척하기만 한다면 이 조직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성격이 다른 여러 파벌이 합심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집단이 바로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은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너 아니면 나’식의 이분법으로 상대방을 배척할 뿐이다. 국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이들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이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정치판의 계파 갈등을 보면서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여러 조직의 흥망성쇠를 떠올렸다. 대부분의 조직 내부에는 우리나라 정치판처럼 친親과 비非가 있다. 그리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친보다 비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자어를 살펴봐도 그렇다. 친할 친親의 한자를 보면 나무(木)위에 올라서서(立) 멀리 보는(見) 모습이다. 나무위에 올라서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반면 아닐 비非는 새가 양 날개를 펼치고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다. 마치 비판을 하는 것이 한쪽으로만 기우는 것을 막는 것처럼 말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ㆍ기업ㆍ단체를 봐도 윗사람에게 충성만 하는 충신忠臣은 리더가 외부의 자극을 못 받게 했다. 결국 현실에 안주하는 리더를 만들어 조직을 망하게 했다. 반대로 직언과 비판을 말하는 양신良臣은 리더를 고민에 빠뜨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우그룹, 동아그룹, 한양그룹, 한보그룹, 라이프그룹, 국제그룹, 율산그룹, 명성그룹 등 다 열거하자면 공연히 입만 아픈 기업의 흥망사를 살펴봤다. 이들이 망한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총수를 모시는 참모진의 태도다. 총수 주위에는 대부분 학연, 지연, 혈연으로 맺어진 인맥이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하고 그들만의 계파를 구축했다. 그리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도 총수의 입과 귀를 막고 듣기 좋은 소리만 했다.
총수를 비판하는 참모는 몇 년 못가 이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다. 어떤 그룹은 수년전에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총수는 부도 맞는 날 아침에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친親하지 말고 비非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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