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와호장룡 ❸

용이 청명검을 겨누며 돌진해도 리무바이는 여전히 한손을 뒷짐 진 채 다른 한손으로 막아내기만 한다. 미소는 거두지 않는다. 상대의 크기와 자신의 바닥을 본 용은 참담해진다. 용은 리무바이의 처분을 기다리지만 리무바이는 용을 응징하지 않고, 대신 자신의 문하에 들어올 것을 제안한다. 제안이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깝다. 용은 다시 오기가 발동한다. 용이 제안을 거절하자 리무바이는 “그렇다면 청명검은 너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과 함께 용에게서 빼앗은 청명검을 강물 속에 집어던진다.
용은 그 청명검을 쫓아 강물에 뛰어들고 푸른여우가 용을 구출해 달아난다. 리무바이와 용의 대결 후 슈리엔(양자경 분)이 리무바이에게 “왜 용이 청명검을 도로 가져가도록 놔두었느냐”고 따진다. 그러자 리무바이는 지극히 철학적인 명제를 동원해 슈리엔을 설득한다. “용을 저대로 놓아두면 독을 품은 용이 될 것이다. 나의 제자로 삼아 가르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청명검은 허상일 뿐이다. 주먹을 쥐면 손안에 아무것도 쥘 수 없지만 손을 열면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다.”
이 물음과 대답에 영화 ‘와호장룡(혹은 소설 「와호장룡」)’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담겨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번 잡았다가 놓아주면서 스스로 굽혀 들어오기를 기다린 것과 같은 이치다. 무림을 제패하고 득도의 경지를 향해 정진한 리무바이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있었다. 도전자인 용에 대한 리무바이의 해법을 정리하면 결국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이다. 도전자를 제압하는 건 무력이 아니라 도전자가 나를 마음으로부터 승복하게 만드는 거다. 주먹을 쥐어 두들기는 게 아니라 열린 손으로 손을 잡아줘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무력이나 권력(청명검)은 무의미하다.

리무바이는 용에게 자신의 문하에 들어와 세상에 대한 존중과 이해부터 터득할 것을 종용하지만 용이 거부하자 “그렇다면 너에게 청명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세상(기존 질서)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청명검이 상징하는 무력(권력 혹은 한 시대)을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