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면 기업 죽나

7월 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6년 최저임금을 6030원(시급)으로 결정했다. 기존 5580원보다 8.1% 인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인상으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근로자의 87.6%가 근무하는 영세기업•소상공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논란이 본격적으로 나온 건 올해 4월. 주요 경제단체들은 끊임없이 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으로 마치 국내 경제가 파탄날 것만 같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다음 주장을 보자. “고율의 최저임금 결정은 현재 한계기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결과로 이들 기업의 경영여건은 물론 저임금 취약 근로자의 고용기반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14년 전인 2001년, 경총이 12.6%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내놓은 우려다.

✚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 비용이 늘어나 고용이 줄어든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현실은 좀 달랐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저임금이 오른 후에 고용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계청 월별자료를 이용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0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2000년 이후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저임금 비율과 최저임금 수준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15~24세 청년층은 유의미하지 않고, 25~54세 중장년층과 55세 이상 고령층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결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신규고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거다.
최저임금 합의, 당사자는 없었다
✚ 수혜자가 제한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혜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최저임금 수혜자(최저임금의 90~110% 수령 노동자)는 176만명(영향률은 9.4%)이다. 2003년 8월 52만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는 233만명(12.4%)이다. 노동자 8명 중 1명이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있는 셈이다. 통계들을 종합해볼 때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 전체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구나 최저임금 영향률은 성별로는 여성(14.0%), 학력별로는 학생(331.3%)과 저학력층(21.8%), 연령별로는 청년(23.9%)과 고령자(17.5%),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18.3%),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직(21.4%)과 일용직(21.2%)에서 높게 나타난다. 노조유무별로는 무노조(11.4%), 직업별로는 서비스직(23.6%)과 단순노무직(22.6%), 사업체 규모별로는 5인 미만(19.3%)인 곳에서 영향률이 높게 나왔다. 영향률 수치가 높다는 건 최저임금이 얼마냐에 따라 그들의 처우가 많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센터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만 현재 504조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영세업자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 등이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지 않고 ‘제값 쳐주기’만 해도 영세업자는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대기업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기업이 공정한 계약을 맺으면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 역시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편의점 점주들이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자살행진을 이어갈 동안, GS리테일(올해 2분기 영업이익 529억원 추정)과 BGF리테일(544억원 추정) 등이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최저임금의 문제는 영세업자와 자영업자가 아니라 대기업의 문제인 셈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데서부터 최저임금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 영세업자와 자영업자가 어려워질 거다?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영세업자나 자영업자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노•사•정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에는 영세업자나 자영업자들이 빠져 있다. 자영업자의 높은 폐업률이 인건비 때문인지 임대료 때문인지, 영세업자의 경영환경이 대기업의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 때문에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무턱대고 인건비 때문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더구나 주유소 사장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돌리고, 임금을 올려줬더니 매출이 더 올랐다는 사례도 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이 오르면 구매력을 높여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 영세업자와 자영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대기업 갑질 없으면 ‘1만원’ 무난
✚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확대되지 않는다?
물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가계부채를 갚는 데 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저임금 계층의 소득을 높여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거다. 장기적으로 보면 부채상환도 경제활성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은행 부실채권이 줄면 리스크도 줄어든다. 빚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최저임금은 매년 평균 8~9%씩 올랐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