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논란으로 끝나선 안돼”
“최저임금 1만원, 논란으로 끝나선 안돼”
  • 김다린 기자
  • 호수 151
  • 승인 2015.07.16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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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2016년 최저임금이 책정된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안타까워 한 사람이 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이다.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원’을 지난해부터 주장해왔다.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저임금 노동자의 차가운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를 만났다.

▲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위해 꼭 실현돼야 할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2016년 적용 최저임금 6030원,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정금액을 두고 직원들과 장난삼아 내기를 했다. 서글픈 일이지만, 나는 정답을 맞히고 말았다. 현실이 되고 나니 최저임금위원회의 100일간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다. 소폭의 인상률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 28년의 역사가 증명했다.”

✚ 노동계보다 먼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다. 근거가 있다면.
“민주노총은 1만원의 근거로 생계비를 제시했다. 그런데 그 데이터는 1만원에 맞추기 위해 역산출한 느낌이 든다. 우리의 1만원은 의미가 다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말하고 싶었다. 실제 저임금 노동자들은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반기지 않는다.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되거나 상여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마음만 먹으면 평균 9%의 인상률은 컨트롤이 가능하다. 이걸 깨고 싶었다. 크게 올리면 그런 ‘꼼수’가 안통할 테니까.”

✚ 하지만 대폭 인상은 영세업자에 부담이다. 이걸 그냥 감당해달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영세업자의 임금 지불능력이 문제가 된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논의를 한다. 만약 임금 인상 때문에 사업자가 도산한다면,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도하면 어떨까. 올라간 임금만큼 임대료나 가맹점 수수료를 줄여주면 어떨까.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이런 얘기가 없다. 무미건조한 숫자로만 얘기한다.”

✚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불안도 제기된다.
“지금도 저임금 일자리는 곳곳에 널려 있다. 청년 실업의 원인은 임금 수준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적 임금 수준을 높이고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뿐이다.”

✚ 시간을 줄이면 수입은 동일하지 않은가.
“삶의 질에서 차이가 있다. 10시간 일해서 5만원 벌다가 5시간 일해서 5만원을 벌 수 있으면 5시간은 다른 데 쓸 수 있다.”

✚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런 말이 있다. 우리한테는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결정권이 없다. 최저임금, 혹은 그 미만을 받는 게 상식처럼 돼 있다. 노동자 본인조차도 왜 나는 이 이상을 받지 못할까 라고 고민하지 않는다. 이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때문이다.”

✚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적 의식을 말하는 건가.
“과거 아르바이트는 부업의 개념이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을 줄여 알바생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너무 줄어들다 보니 아르바이트가 하나의 직업이 됐다. 중장년층까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관련 통계도 낼 수 없을 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적다. 우리는 최대 500만명까지도 추정하고 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고, 일하는 시간도 줄여나가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올해는 물 건너갔다. 그래도 국민에게 최저임금 1만원이 정말 필요할까라는 물음을 던진 것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국민의 의문이 담론으로 바뀌는 날을 기다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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