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메르스의 ‘이이제이’
전략가 메르스의 ‘이이제이’
  • 김우일 대우M&A 대표
  • 호수 149
  • 승인 2015.07.06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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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메르스 등 바이러스는 무섭게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를 유통하는 것이 ‘사람’이라서다. 메르스에게 사람은 공격해야 할 적. 적을 이용해 적을 공략하는 메르스를 통해 경영의 한수를 배워볼 순 없을까.

▲ 메르스의 전염력은 중국 역사속의 이이제이 전략을 떠오르게 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중국 역사책을 읽고 있던 필자의 귀에 긴급뉴스를 전하는 TV 앵커의 황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방역 체계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순간 중국 역사 속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떠올랐다. 메르스의 가공할만한 전파력이 이 전략을 통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서기 7세기. 중국의 당나라는 태평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거리는 있었다. 바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변방 오랑캐의 잦은 침략이었다.

당에는 많은 군사가 있었다. 그러나 중앙에서 동원한 군사가 변방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 장거리 행군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군사들은 지쳐버리고 만다.  특히 투르크족의 괴롭힘은 심했다. 당나라는 이런 투르크족을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유목 민족의 특성상 자주 일어나는 내부 분열을 조장해 굴복시켰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민거리를 간단히 없앤 셈이다. 바로 이이제이 전략이었다. 적을 이용해 적을 무찌르는 것이다.

중국의 최고 명군이라 일컫는 당 태종 이세민이 죽은 이유도 이 전략에 실패해서다. 서기 645년. 이세민은 고구려와의 전쟁을 결심하고 수십만명의 군사를 일으켰다. 투르크족 등 변방민족까지 동원했지만 고구려를 함락하진 못했다. 이는 변방민족과 연합한 직접적인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고구려는 대륙의 또 다른 변방 민족인 설연타를 이용해 당나라 하주를 공격하게 했다. 결국 전쟁에서 패한 이세민은 병을 얻어 죽음을 맞게 됐다. 이세민은 임종하면서 “다시는 고구려를 직접 침략하지 말 것이며 향후 당나라는 오랑캐를 대할 때 반드시 이이제이 원칙을 따르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 메르스도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메르스에는 자체적인 유통 능력이 없어서다. 즉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인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폐에 침투해 기침을 유도하고 이 기침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다른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사람만큼 전파력이 강한 매개체는 없다. 이이제이는 경영전략에도 자주 쓰인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의 경험상 글로벌 1등 기업은 전부 알게 모르게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했다.

 
기업의 이이제이 전략은 이렇다. 먼저 적(경쟁사)을 이용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기업은 경쟁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게 된다. 좋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면 이는 곧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이어 경쟁사의 단점을 강조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적을 이용해 승리하는 이이제이 전략이다. 경쟁사를 연구하고, 경쟁사를 징검다리 삼아 이들이 개척한 시장을 분점하는 것이 진정한 1등기업의 힘이다. 경쟁사가 없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경쟁사가 있는 기존 개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출혈이 적고 승산이 높은 이유다. 모든 1등 기업은 2ㆍ3등 기업이 있기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삼 경쟁(Compete)와 Operate(협동)의 합성어인 Coperate(공생경쟁)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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