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복면가왕들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콘셉트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과거 중대형 세단 일색이던 우리나라 자동차 도로와는 다른 풍경이다. 최근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난해한 디자인의 자동차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차들은 디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다. 못난 외관을 가리고 성능만 따져보면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한 ‘복면차왕’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의 ‘벨로스터’가 있다. 현대차는 해치백과 쿠페의 장점을 접목한 강인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이 벨로스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운전자들 사이에서 ‘요괴차’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과도한 개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디자인을 두고는 말이 많지만 성능을 두고는 잡음이 없다. 벨로스터가 1.6L 4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해 뛰어난 출력과 부담스럽지 않은 연비를 갖춰서다. 안락한 시트와 부드러운 주행으로 스포츠 드라이빙에도 적합하다.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2015 더 뉴 벨로스터’의 경우 세계 최초로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 시스템을 적용해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운전자가 직접 엔진 사운드를 골라 ‘나만의 엔진 사운드 리스트’에 최대 6개까지 저장,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독자기술로 개발한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통해 연비와 성능을 한층 발전시켰다.

QM3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에도 ‘복면차왕’이 있다. QM3의 상위 모델인 QM5다. 우락부락한 그릴 디자인과 이질적인 테일램프로 ‘쾨물5’라는 별명이 붙었다. QM5가 이름을 비튼 ‘쾨물’로 불린 이유다. 지금은 여러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서 익숙해졌지만 초기에는 따가운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QM5는 지난해 르노삼성이 기록한 최다 수출 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으로 혹평 받은 차에게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QM5의 최대 장점은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SUV라는 점. 특히 트렁크 문을 위 아래로 나눠 열 수 있는 매직 게이트는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캠핑을 할 때는 매직게이트의 활용범위가 다양하다. 성인 2명이 걸터앉을 수 있는 아랫부분은 최대 200㎏까지 무게를 견딘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를 적재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쌍용차에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전신 ‘로디우스’가 있다. 투구모양처럼 생긴 그릴과 상당한 사이즈의 헤드라이트로 ‘곤충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국의 자동차 프로그램 ‘톱기어’에서 최악의 디자인 1위로 꼽히는 굴욕도 당했다. 로디우스는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미니밴을 아우르는 멀티밴이란 콘셉트로 2004년 처음 출시된 차량이다. 국내 미니밴으로는 유일하게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을 주행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경쟁력을 강조한 모델이기도 하다.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디자인을 두고도 말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전면과 측면, 후면에 적용된 에어범프 패널. 지나치게 과감한 디자인 때문에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는 콘셉트카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사실 이 독특한 에어범프는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에어범프 안에 에어 캡슐이 들어있어 도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해준다. C4 칵투스는 연비와 친환경적인 부분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28㎞/L의 뛰어난 연비와 105g/㎞의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곡선을 주로 사용한 디자인 탓에 “곤충 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프리우스는 디자인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계의 대부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못생긴 프리우스가 잘 나가는 이유는 성능”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프리우스는 공인연비 21㎞/L라는 높은 연비를 갖춘 친환경차다. 또한 저속에서는 오직 전기모터로만 구동돼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실내 인테리어 곳곳에는 넓은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어 실용성까지 갖췄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독특하고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은 마니아 소비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는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이상한 디자인 중 하나가 도로 위의 유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낯선 디자인이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복면차왕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