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생사를 건 결투를 시작했다. 양쪽 모두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여서 어느 한 쪽은 패할 경우 큰 내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19일 소환을 전격 통보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검찰이 제1야당의 원내 수장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것이다.
검찰의 박 원내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그러나 통상 며칠 여유를 두고 이뤄지는 소환 통보가 하루 전에 이뤄진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동안 검찰은 소환 통보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환 통보를 하더라도 박 원내 대표가 순순히 소환에 응할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례적으로 하루 전날 전격적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내부적으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무언가가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박 원내대표가 전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당 시간을 검찰을 비판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보고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양새는 검찰이 박 원내 대표의 공세에 바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맞불 수준이 아니라 이번 검찰의 소환 통보에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검찰 출신의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후방 지원 포격이라는 설이다. 민주당의 반대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낙마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실제 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검찰 몫인 대법관 자리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검찰 전체 명예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대선자금 물타기 설이다. 소환 통보 시점이 구속기소됀 재판을 받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받은 6억원은 한나라당 경선용 자금 명목"이라는 '폭탄진술'을 한 직후였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 박 원내대표는 소환 불응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설만 퍼뜨리지 말고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오라"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검찰은 박 원내대표의 불출석에 대비해 체포영장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과 검찰의 공방은 지난 달 말부터 연일 강도를 높이며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수사하고 있다고 공개한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하는 등 고강도로 비판하고 있다.
'돈을 받았으면 할복하겠다'던 박 원내대표도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상황이다. 검찰과 박 원내 대표 사이의 악연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원내 대표는 당시 현대그룹으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검찰이 아니었다. 결국 그 이듬해 박 원내대표는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구속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 원내 대표도 앙갚음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기업가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해 천 후보자를 낙마시켜 검찰에 큰 상처를 냈다.
다시 한번 정면으로 맞붙은 검찰과 박지원 원내 대표의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
이현준 기자 goodman@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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