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위기 한국경제호 누가 구할까
난파 위기 한국경제호 누가 구할까
  •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 호수 140
  • 승인 2015.05.08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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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만연하고 있는 ‘저성장 위기 불감증’이다. 그저 내 것이나 챙기고 편하게 지내면 나라가 다 알아서 경제성장시켜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 경제에 관한 한 정치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정부가 확실한 경제 비전과 청사진으로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세기 후반부엔 ‘한국경제=성장’이란 등식이 통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성장 신화는 여지없이 깨졌다. 최근엔 저성장이 대세다. 한국경제는 2011~2014년 성장률이 세계 평균에도 미달했다. 세계가 연평균 3.5% 성장한데 비해 우리는 3.0%였다. 1970년대까지는 두자릿수, 1982~1996년 연평균 9.4%, 2000~2007년에도 5.4%씩 성장했었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현실은 어떤가. 저투자ㆍ저출산으로 성장잠재력은 크게 떨어졌는데 고령화 등으로 복지ㆍ분배수요는 반대로 폭증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주거ㆍ교육ㆍ육아비는 유난히 많이 들고 가계부채도 천문학적이다. 내수 확대 정책이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해집단 간 사회적 조정 장치도 작동 불량상태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사정 대타협, 세월호 수습 등 굵직한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는 바람에 경제활성화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 결과, 주요국들이 대개 4~5년이면 넘겼다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고비를 우리는 9년째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이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복지ㆍ교육ㆍ문화 등의 종합산물이라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한국경제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그래서 세勢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두가지 거시 분석이 주목을 받았다. 첫째는 전경련의 ‘한국 경제 3% 성장, 10대 위기 징후’라는 보고서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한은 발표를 토대로 한 ‘실질 GDP성장 4분기째 0%대’라는 분석이다. 둘 다 ‘저성장 지속’ 또는 ‘저성장 고착화’라는 경고 메시지가 그 핵심이다. 전경련은 소비ㆍ투자ㆍ정부지출ㆍ수출 등 네 가지 측면 모두에서 경제 기초체력이 고갈돼 저성장 구조가 굳어질 것을 경고한다. 전경련이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눈길이 가는 분석이다.

저성장 탈피를 위해선 신新성장산업 육성ㆍ노동시장 개혁 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부ㆍ한은이 주도하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론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도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8% 성장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이 둘 다 0%로 제자리걸음이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난 4분기 내내 0%대 성장에 맴돌아 ‘저성장 지속’이란 딱지가 붙고 말았다. 물론 “성장이 다냐, 분배와 복지가 더 중요한 시기에 왔다”는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성장엔진이 동력을 잃는 가운데 원하는 복지와 분배ㆍ고용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만연하고 있는 ‘저성장 위기 불감증’이다. 그저 내 것이나 챙기고 편하게 지내면 나라가 다 알아서 경제성장시켜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 경제에 관한 한 정치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정부가 확실한 경제 비전과 청사진으로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다.

국민은 또 어떤가. 나라가 제공하는 복지나 분배의 단맛에 빠져 그걸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만 내지, 세금을 더 내겠다든지, 성장을 통해 그걸 늘리자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극심한 제몫 챙기기로 이해집단끼리 도무지 타협을 이뤄내지도 못한다. 세대간, 갑ㆍ을간, 대ㆍ중소기업간, 노ㆍ사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수출로 먹고살았는데 국제경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저성장의 바다에서 난파 위기를 맞은 한국경제호號를 과연 어떤 선장이 구출해 줄 것인가? 선원과 탑승객들도 사려 깊게 각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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